[천자 칼럼] 히잡, 차도르, 부르카
“여성은 반드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히잡의 형태는 부르카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하다. 이는 이슬람교 율법(샤리아)이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의 정치국(局) 대변인이 그제 한 말이다. 이후 아프간에서 히잡과 부르카 가격이 10배 이상 뛰었다.

히잡은 머리와 목·가슴을 가리는 두건의 일종이다. 아랍어로 ‘가리다’는 뜻이다. 북아프리카 지역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많이 쓴다. 얼굴만 빼고 온몸을 가리는 것은 차도르라고 한다. ‘덮는다’는 의미의 이 옷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주로 입는다.

눈만 빼꼼히 내놓고 전신을 가리는 니캅은 파키스탄에 많다. 이보다 더한 것이 부르카다. 눈 부위까지 망사로 가린다. 1996~2001년 아프간을 통치한 탈레반이 모든 여성에게 강제했다. 이 복장을 하지 않고는 어디에도 갈 수 없었다.

이슬람이 여성의 노출을 이렇게까지 막는 근거는 경전 ‘코란’의 한 구절이다. ‘그녀들의 시선을 낮추고 순결을 지키며, 밖으로 드러내는 것 외에는 유혹하는 어떤 것도 보여서는 아니 되느니라.’ 코란은 남성의 금욕과 정조도 언급하지만, 현실에선 여성에게만 적용된다.

그중에서도 아프간의 탈레반이 가장 극심하다. 운전 중 실수로 팔을 노출한 여성이 맞아죽기까지 했다. 학자들은 그 원인을 아프간인의 절반을 차지하는 파슈툰족의 과격성에서 찾는다. 이들은 산악지대를 누비는 전투부족이다. 밖으로는 배타적이고 안으로는 가부장적이다. 탈레반 세력의 주축도 이들이다.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는 최근 저서 《정치적 부족주의》에서 미국이 이들의 부족적 특성을 간과하고 냉전 프레임으로 아프간을 보는 바람에 패배했다고 분석한다. 이들의 집단적 소속 본능과 배제 본능이 지금의 대립과 혐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는 탈레반 전사가 적을 살육하고 주먹을 불끈 쥐며 영웅 흉내를 내는 장면도 극단적인 부족주의의 한 단면이다. 프랑스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 봉이 “혼자일 때 보통 사람인 개인이 집단에 속하면 폭력적으로 변한다”고 지적한 것과도 통한다.

이것이 이슬람 근본주의와 섞이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이슬람이라는 말 자체가 ‘절대적 순종’을 뜻한다. 맹신과 억압의 장막에 갇힌 사회에선 여성의 삶이 더 가혹하다. 아프간에서 벌써 부르카 안 쓴 여성이 총살됐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