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려는 와중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플랫폼 공정화법’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을 발의한 가운데 최대 국책연구기관이 반대하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 관련 현안을 타깃으로 삼기로 하는 등 플랫폼 기업활동을 ‘갑을 프레임’로 보고 있어 귀추에 관심이 더 간다.

KDI의 최근 보고서(‘미국의 플랫폼 반독점 법안 도입과 시사점’)도 플랫폼 기업의 거래상 지위 남용이나 소비자 보호 문제에 대해 규율할 필요는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플랫폼 공정화법의 규율 범위(총매출 1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거래액 1000억원 이상)가 너무 폭넓어 좁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처럼 기업 분할을 명령하거나 인수합병(M&A)을 제한하는 식의 강력한 규제를 국내에 도입하는 것도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주목되는 건 KDI가 적시한 이유다. 아직 국내에 아마존 같은 독점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신생벤처의 투자 회수를 위해 M&A를 적극 보장해줘야 하는 한국 플랫폼산업의 발전 단계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판 아마존’으로 덩치를 키울 수 있게 하는 산업정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주장을 에둘러 한 것으로 평가된다. 충분히 일리가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의 현실은 이런 걱정조차 사치스러울 정도다. 신생 플랫폼이 시장에서 인기라도 모으면 기득권자나 이해관계자가 “기존 사업자 다 죽인다”며 사생결단으로 반대한다. 공존의 해법을 찾고 혁신기업은 적극 보호해야 할 정부는 거의 매번 기득권 보호에 안주한다. 그 사이 ‘세상에 없던 서비스’는 싹도 피워보지 못한 채 고사된다. ‘타다 서비스’가 그랬고,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갈등과 부동산정보 플랫폼의 중개시장 진출 문제에서도 비슷한 결말이 예고되고 있다.

플랫폼산업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못지않은 글로벌 혁신경쟁의 주무대다. 이를 보호·육성하는 관점은 결여한 채, 대기업 규제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은 우물 안의 근시안적 사고다. 국경 없는 기업전쟁 시대, 정책의 시야도 확 넓어져야 한다. 국내 50대 기업이라도 국제무대에선 ‘구멍가게’ 수준이다. 부적절한 규제가 교각살우의 우(愚)를 범할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