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속한 이사회 '자기 감사'
감시와 경영활동 분리 고민해야

손성규 < 연세대 경영대 교수 >
[시론] 감사위원의 이사 겸임 문제, 해법 찾아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19조4항 공기업 준정부기관 감사운영규정 9조에 따르면 감사는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므로 의결에 참여할 수 없으나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는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962년 상법이 제정되던 시점부터 대륙법 체계에 기초한 감사제도가 도입돼 최대주주, 최고경영자 및 이사회에 대한 감시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됐다.

1997년 외환위기 체제하에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개선안의 하나로 미국식 감사위원회 제도가 도입됐다.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감사위원회가 의무화됐다. 감사위원회 제도가 강제화돼 있지 않은 경우도, 기업은 독임제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 중에서 선택한다. 감사위원이 이사면서 감사위원이어서 본인이 속한 이사회를 감시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위원이 중복되면서 자기감사(self-audit)의 문제도 발생한다.

유럽식 이사회 제도는 경영자문위원회와 감독위원회 2단계로 운영하면서 이 두 위원회 간의 이해 상충을 피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준정부기관의 독임제 감사가 이사회를 감시하므로 이사회 구성원은 아니다. 하지만 이사회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는 있으니 기본적으로 이사회 기능과 감사 기능을 분리한 것이다.

이사회 의결권이 없으니 주요한 의사결정에서 배제돼 실권이 없다고도 인식될 수 있지만 상법은 감사에게는 경영 의사결정의 역할보다는 경영감시라는 고유한 업무를 주문한 것이다. 물론 이사회도 경영감시의 역할이 있기는 하지만 이사회는 이보다는 경영활동과 관련된 의사결정이 주된 임무다.

이런 제도상의 이슈는 기존 상법의 감사 제도에 감사위원회 제도가 얹혀지면서 두 제도가 병행돼 발생했다. 즉, 대륙법 체계와 영미식 제도가 애매하게 병행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실타래를 완전하게 해결하는 것이 불가하다면 적어도 감사위원회 활동에는 이런 제약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더욱이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회사는 의무적으로 사외이사가 과반을 구성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서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이사회는 이에 기초해 후보를 주주총회에 추천하게 되는데 이 후보 중에서 사외이사·감사위원을 선임하게 된다. 이사회를 감시해야 하는 감사위원 후보자를 피감(被監)의 위치에 있는 이사들이 추천하는 이상한 시스템이다.

물론 이사회는 상법에서 요구되는 이사회 업무를, 감사위원회는 감사위원회 업무를 충실히 독립적으로 수행하면 문제없다고 할 수 있지만 경영활동에 있어서 속인(屬人)적인 부분은 무시할 수 없다.

다수의 기업에서는 상근 사내이사만 감사위원회 위원에서 제외되고 이사회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이 거의 중복된다. 감사위원회에서 결의를 하고 이 안건이 이사회에 부의되면 다시 이사회에서 결의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감시활동도 하고 경영활동도 동시에 한다고 하면 문제가 없지만 그럼에도 뭔가 분리가 필요한 것 아닌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아야 한다.

1년여 전 국회가 논란 끝에 상법을 개정하면서 감사위원 중 최소 1인은 주총에서 분리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를 채택한 것도 감사위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감사위원회 제도에는 이런 운영상의 맹점도 있다.

미국에서 행정부를 감시하는, 우리 감사원에 해당하는 GAO를 의회 소속으로 둔 것도 같은 차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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