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 칼럼] 초유의 해수욕장 폐쇄

최고 성수기인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피서 인파가 사라졌다. 지난 주말까지 백사장을 빽빽하게 메웠던 파라솔도 자취를 감췄다. 피서용품 대여소와 샤워탈의장 또한 폐쇄됐다. 입구에는 해수욕장 전면 폐쇄를 알리는 현수막만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해운대뿐 아니라 광안리, 송정 등 부산 7개 해수욕장이 모두 22일까지 문을 닫는다. 부산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관광객 유입에 따른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해수욕장을 방문하거나 바닷물에 들어가는 것까지 금지된 건 아니다. 해가 지기 전까지의 수영과 레저 활동은 가능하다. 해양수산부의 4단계 해수욕장 운영 지침에도 개인 입욕이나 해양레저는 허용된다. 그러나 물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고 모래밭을 거니는 산책자만 드문드문 보인다.

상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구명조끼 등 물놀이용품 대여소 업주는 “7~8월이 대목인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피서객이 줄어 2년 연속 직격탄을 맞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상인도 “광복절 연휴에 그동안의 적자를 메우려 했는데 이젠 끝”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공기 빠진 튜브와 날개를 접은 파라솔만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면적인 폐쇄 조치가 없었다. 전국 251개 해수욕장이 예정된 폐장일(8월 31일)보다 1주일 앞당겨 문을 닫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해수욕객이 총 2680만 명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전년 대비 60.3%나 감소했다.

이래저래 피서객도 고생이고 대목을 놓친 상인들도 죽을 맛이다. 근본 대책은 백신을 빨리 구해 접종을 늘리는 것인데 정부가 ‘찍어누르기 방역’으로 민생을 파탄에 빠뜨린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백신을 먼저 맞은 선진국에선 해수욕장 폐쇄 같은 조치가 없다.

마크 울하우스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는 올해 2월 의회에 “지난해 여름 해수욕장에 인파가 몰린 것에 비판이 제기됐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해변에서 코로나가 발생한 사례가 없고, 어떤 연결고리도 없다”고 보고했다.

해수욕장의 기원은 1754년 영국에 설치된 해수치료요양원이다. 동서양 모두 치유와 요양이 목적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부산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 개장했다. 이후 100년 넘는 역사에서 감염 위험으로 해수욕장이 전면 폐쇄된 것은 처음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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