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빌라·오피스텔 등 임대사업자 등록제 폐지 여부를 놓고 막판 저울질에 나선 듯하다. 지난 5월의 폐지 방침을 백지화하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도 유지키로 했다고 여당 핵심 관계자의 발언이 보도됐지만, 어제 당이 “결정된 바 없다”며 부인한 것을 보면 그런 정황을 짐작하게 한다.

비(非)아파트 임대사업자 등록제 폐지는 전세난을 더 심화시킬 악재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여당으로선 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제를 백지화한 데 이어, 임대사업자 등록제 폐지 방침까지 ‘없던 일’로 만들면 어설픈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당정의 체면 때문에 전세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더욱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난 1년간 전셋값이 14% 오르고 물량이 13% 급감한 데에는 임대사업자 등록제 폐지 발표 영향도 만만치 않았다. 양도세 중과세를 피하려는 임대사업자들이 보유주택을 처분해 전세물건이 급감하면서 전세난을 더욱 악화시킨 것이다. 여기에 임대차 3법은 ‘3중 가격’ 문제까지 낳고 있다. 같은 아파트인데도 5% 내 계약갱신한 경우, 신규계약으로 전셋값이 뛴 경우, 집주인의 실거주 요청에 세입자들이 5% 넘는 전세금 인상을 수용한 경우 등 세 가지 전셋값이 공존하는 가격 왜곡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제도 발표 이후 재건축 진행속도를 가속시켜 집값이 더 뛰고, 세입자는 길거리로 나앉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덜컥 발표부터 해놓고 과천 4000가구 취소 등 뒷감당도 못 하는 ‘8·4 공급대책’, 개발 주체를 죄다 공공주도로 묶어 민간의 주택공급 여력을 쪼그라들게 한 정책들도 시장 기능을 초토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존 제도 개선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집이 있어도 청약에서 ‘무주택자’로 인정해주는 기준(전용 60㎡·공시가 1억3000만원 이하)을 6년째 손대지 않고, 디딤돌대출(5억원 이하)과 생애 첫 취득세 감면(4억원 이하) 기준도 수년째 제자리다. 그 결과 집값 급등기에 서민 무주택자 혜택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설익은 규제 무리수가 결국 시장을 망친다는 교훈을 정부·여당만 모르는 것 같다. ‘정부실패’가 ‘시장실패’보다 몇 배 더 심각하다. 지난 4년간 부동산 실책을 인정하고 잘못 끼운 단추를 푸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반성과 노력 없이 서민 주거안정 운운해선 안 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