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금융위원장에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석 달간 공석이던 금융감독원장에는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사가 각각 내정됐다. 문재인 정부 종반의 금융팀 두 수장이 모두 재경직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관료로 성장해온 인사다. 그만큼 금융에 대한 기본 이해는 갖췄다고 본다. 내정 직후 소감문을 보면 안정감도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해묵은 ‘관치 구습’ 이미지가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해 당장 금융현안과 각론에 대한 주문은 성급한 요구가 될 것이다. 다만 청문회에서 정책적 판단이나 의중, 각오 등을 확인하기 앞서 정부 새 금융팀이 처한 당면과제는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거대 여당이 종횡무진하는 21대 국회 들어 금융의 기본원칙이 무시되는 일이 너무 많아졌다. 산업의 혈맥인 금융이 부동산 대책의 보조수단 정도로 전락하면서 빚어진 대출시장의 혼란·왜곡은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다. 신용도가 높은 금융소비자에게 이자를 더 많이 부담시키는 등의 반(反)시장적 행태까지 빚어졌다. 은행 스스로 결정할 분기배당에까지 감독당국이 개입하면서도 204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대출 문제처럼 전체 금융권을 억누르고 있는 초대형 뇌관 처리는 미뤄왔다. 투박한 암호화폐 대응 방안을 보면 블록체인 기반의 신기술 시장과 핀테크 육성은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러면서 ‘라임·옵티머스 스캔들’에 금감원 임직원들이 대거 연루되는 등 감독체계 이면의 음험한 분위기는 떨쳐 내지 못하고 있다.

근본 요인은 금융까지 복지 영역으로 인식해 관(官)의 과잉 개입이 일상화된 데 있다. 관치금융보다 더한 ‘정치금융’이 문제다. 새 금융팀에 주어진 최대 과제도 ‘금융의 정치화’를 차단하는 것이다. 정부의 임기 말이라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거창한 비전 제시보다 금융 발전의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하는 게 먼저다. 요컨대 ‘하고 싶은 구상’보다 ‘지금 꼭 해야 할 일’에 주력하는 게 중요하다. 여당의 포퓰리즘에 맞서 원리·원칙을 지키려면 청문회에서부터 용기와 뚝심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