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세가 3억원에서 5억5000만원으로 폭등해 고통받는 40대 가장이 올린 청와대 청원글은 절규에 가깝다. 세 식구의 단란한 안식처와 안정적인 자녀 교육환경 확보가 졸지에 막막해졌다는 게 그의 토로이자 호소다. 동변상련의 좌절과 울분을 느끼는 이들이 무수히 많을 것이다.

청원글은 ‘나쁜 정치, 잘못된 정책’이 국민 삶을 얼마나 깊은 도탄에 빠뜨릴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청원인은 2억5000만원이나 오른 전세금을 구할 방법은 범죄뿐이라고 탄식했다. “도둑질 강도질 사기 말고 합법적으로 1년 남짓 동안 2억5000만원을 벌 수 있는 일이 어떤 게 있는가”라는 되물음은 수많은 서민 가장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최상위 1~2% 고액 연봉자가 번 돈을 모두 저축해도 전셋값조차 따라잡기 벅찬 상황은 세입자들에게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청원인은 “부동산 정책은 자신 있다” “지금 사면 후회할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정부 말을 믿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 실패 책임자를 찾아내 징계해야 정의로운 사회”라고 강조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기대난이다. 가격통제와 세금폭탄, 임대차법 부작용에서 대대적인 실패를 불렀는데도 경제부총리는 국민의 투기심리를 탓했다. 현실과 괴리된 정책 탓에 이중, 삼중 가격이 속출하고 집주인과 세입자가 모두 고통받는다는 점은 외면한 채 입맛에 맞는 지표만 골라 자화자찬하며 국민 속을 뒤집었다.

시장 혼란을 바로잡는 정책을 내놓기보다 몇 마디 사과로 모면하려는 무책임한 태도는 분노를 유발한다. 석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부문은 정부가 할 말이 없다”며 사과했지만 그걸로 끝이다. 잘못을 인정했으면 보완조치를 내놓는 것이 당연한데도 거대 여당과 함께 기존 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장기보유자 양도세 공제 문제로 오락가락하는 데서 보듯 ‘부동산 정치’ 버릇을 못 버린 채 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문제에서 정부가 손을 떼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는데도 여당은 청개구리 행보다. 오죽하면 여당 싱크탱크(민주연구원)가 신규 전·월세 임대료도 상한을 두겠다는 지도부 방침에 반기를 들 정도다. 일부 대선주자는 ‘정부가 집을 사들여 해결하겠다’는 황당 공약을 내놔 “집이 정부미(米)냐”는 조롱까지 받았다. “내가 찍은 대통령·당의 무능과 내로남불에 치가 떨린다”는 전세난민들의 거친 아우성이 안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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