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 칼럼] 올림픽 스타들의 '부항 사랑'

올림픽 선수들의 부항 요법이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수영 남자 100m 자유형 은메달리스트인 카일 찰머스(호주) 등 여러 명의 몸에 난 ‘검은 반점’이 눈길을 끌었다. 외신들은 “‘다크서클’ 같은 자국을 남기는 부항 요법이 선수들 사이에서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양 선수 중 최고의 ‘부항 마니아’는 미국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5관왕을 차지한 그는 금메달 숫자뿐 아니라 어깨의 부항 자국으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AP통신은 “부항 덕에 2004 아테네 이후 네 차례 올림픽에서 모두 28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분석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미국 수영 선수 나탈리 코플린, 체조 대표팀 선수 알렉스 나도어도 부항 예찬론자다. 나도어는 “연습이나 경기 도중 입은 부상 치료에 많은 돈을 썼지만 부항만큼 좋은 건 없었다”며 부항의 효과를 높이 평가했다.

이 밖에 레슬링 선수 출신인 근육질 배우 드웨인 존슨, 축구의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카림 벤제마, 할리우드 배우 귀네스 팰트로와 제니퍼 애니스턴, 가수 빅토리아 베컴과 저스틴 비버 등 부항을 즐기는 인기 스타가 많다.

부항은 몸에 붙이는(附) 작은 항아리(缸)를 뜻한다. 지압이나 마사지 등 근육을 누르는 ‘양압’ 요법과 달리 오목한 컵을 피부에 붙여 피 속의 노폐물을 빼내는 ‘음압’ 요법이다. 혈류 개선과 근육 긴장 완화에 좋다. 흔히 동양의술로 여기지만 기원전 1550년 이집트 의학서적에 기록이 나오고,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도 활용했다고 한다.

부항을 뜨면 혈류량이 늘어나고 산화헤모글로빈 농도가 빠르게 증가한다. 혈액순환이나 면역반응이 촉진되고 피를 맑게 해 주는 효과도 있다. 다만 서양의학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아직 대규모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아 효과를 입증할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항을 규제하는 올림픽 조항은 없다. 금지약물 검사 대상도 아니다. 오히려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앞서 한국의 침술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공식 의료서비스로 인정받았다. 당시 침술 치료를 받은 외국 선수와 임원이 하루 평균 30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