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와 금융당국 간 벌어지는 ‘배당 신경전’이 퇴행하는 한국 금융의 현주소를 새삼 확인시켰다. 신한금융이 상반기 역대 최대 순이익(2조4438억원)에 기초해 ‘3분기 분기배당’ 구상을 공시하자 정부가 제지에 나서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의견 표명’이라고 하지만, 막강한 규제 권한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시’나 다름없다.

신한금융은 은행은 물론 증권·캐피탈 등 자회사들이 고르게 성장하며 이익의 질이 개선돼 주주 환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최고 수준이던 자산건전성이 더 개선돼 분기배당 여건이 성숙했다고 설명한다. 분기배당은 연간 배당락 폭을 줄여 주가 변동성을 낮추고, 꾸준한 배당신호로 더 많은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게 해줘 선진기법으로 통용된다.

환영하고 장려할 일을 금융당국이 저지하고 나선 것은 어이없다. 코로나 상황이 유동적이라 건전성 유지가 더 중요해졌고, 주주에게 많은 배당금을 푸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게 정부 주장이지만 궤변에 가깝다. 신한금융은 유상증자로 1조16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해 코로나 이후 장기침체를 가정한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나홀로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배당(배당성향 22.7%)을 감안해 분기별로 균등 지급하겠다”고 공시한 만큼 ‘배당금 잔치’ 가능성도 사실상 제로다.

논란이 확산하자 금융당국은 “배당 횟수를 제한하진 않겠다”며 한발 빼는 모습이다. 하지만 내주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신한금융은 당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1주도 없는 민간 금융회사에 대해 배당에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해온 관치 행태 그 자체다. 금융사들은 지금도 배당을 시시콜콜 보고하고 승인받고 있다. 주주친화 정책을 펴겠다는 상장회사를 막아서는 나라가 또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갈등의 밑바탕에는 금융을 딴 주머니로 생각하는 후진적 금융관(觀)이 깔려 있다. 정부는 108조원 규모(5대 금융그룹 기준)의 중소·소상공인 대출·이자 상환을 세 번째 연장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재정에서 감당해야 할 대책을 외국인 지분율이 60%가 넘는 민간회사로 떠넘기는 것은 주주권을 부정하는 발상이다. 정치권은 금융을 뒷주머니로 여기고, 금융당국은 관치로 질주하는데 금융의 미래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