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기업 대학 연구소가 참여하는 ‘인공지능(AI) 드림팀’이 어제 본격 닻을 올렸다. 정부가 ‘AI 혁신 허브’ 사업을 수행할 주체로 고려대 주관의 ‘K-허브 그랜드 컨소시엄’(삼성전자·현대자동차·네이버, KAIST·서울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을 최종 선정한 것이다. 총 135개(해외 포함 215개) AI 관련 기관이 힘을 합쳤고, 정부 예산이 5년간 445억원 투입된다는 점에서 국내 AI 연구개발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좋은 기회다.

지금의 국내 AI 산업 기반은 세계 수준에서 한참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먼저 기술력이 세계 1위인 미국 대비 81% 수준이고, 격차도 1.8년 차이 난다. 유럽연합(EU), 중국, 일본에도 뒤진 상태다. 이처럼 쫓아가야 하는 형국인데도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 정부가 8개 AI대학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졸업생 수는 연간 100명이 채 안 된다. 국내 AI 및 빅데이터 분야 인력 부족이 내년 1만5000명에 이를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점에서 관련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각개약진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한 팀으로 힘을 모은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정부 자금이 이 분야 미래 인재들에게 적극 투자된다면 낡은 대학정원 규제, 학과 이기주의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던 AI 인재 양성에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에 대한 제대로 된 투자는 반도체, 배터리 등 기존 K기술의 우위가 흔들릴지도 모르는 시점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달성의 야심을 드러내고 있고, 중국의 배터리 기술은 한국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삼성전자가 향후 3년 내 의미 있는 인수합병 후보로 5G, 전장산업과 함께 AI 기업을 지목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번 사업의 성패는 컨소시엄 구성체들의 참여의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정부 발주 연구개발 사업처럼 ‘나랏돈 따먹기’나 외형만 잘 포장하는 식으로는 AI 분야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구개발 결과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컨소시엄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관 주도의 연구개발이 아니라 과감하게 민간 자율을 늘리는 식으로 컨소시엄을 관리·운영해야 한다. 재정도 지금보다 배 이상 투입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K-AI’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글로벌 기술경쟁의 새로운 선봉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