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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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28일) 코로나 백신 모더나의 도입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모더나와의 비밀유지 협약을 깨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게 논란의 핵심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송 대표가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송 대표는 집권 여당 수장입니다. 비밀유지협약 내용과 중요성을 몰랐을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제 아침 한 방송에 출연해 모더나 관련 '깜깜이 도입 일정'에 대해 소상하게 얘기했습니다.

발언 내용은 이렇습니다. ①원래 모더나로부터 지난 25일 75만 회분(도스), 오는 31일 121만 회분 등 총 196만 회분을 받기했는데 연기됐다. ②모더나는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벤처기업이다 보니 생산 시설, 유통망 부족으로 생산과 병입을 모두 위탁하고 있다.위탁업체에 문제가 생겨 도입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③그제(27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과 모더나의 존 로퍼 부회장 및 생산 책임자가 긴급회의를 갖고 다음 주에 130만~140만 도즈를 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다. ④8월에 받기로 한 850만 회분은 예정대로 들어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모두 국민들의 궁금해하던 내용입니다. 송 대표 발언이 나가자 방역 당국은 "모더나와의 비공개 협약 사항이 다른 경로를 통해 공개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방역 당국에 묻고 싶습니다. 방역 당국이 송 대표에게 유감을 표할 처지인지, 누가 누구한테 송구한 마음인지.

무더위보다 더 짜증나는 '백신 행정'

백신접종이 시작된 게 벌써 5개월째입니다. 국민들은 '백신 2억회분 확보'발언을 믿고 조금만 더 참으면 끝을 보겠지라는 희망으로 묵묵히 K방역의 통제와 고통을 감내해왔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개선되기는 커녕 악화일로입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말 '또' 성급히 축포를 터트려 4차 대유행을 자초했습니다. 큰 소리쳤던 백신확보에도 차질이 생겨 백신을 꿔오고, 접종 일정을 늦추는 등 우왕좌왕입니다. 국민들은 그 사이 백신 예약 광클릭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만큼이나 국민들을 짜증나고 힘들게 하는 게 백신입니다. 그런데도 백신이 도대체 언제 얼마가 들어온다는 것인지, 과연 앞으로 제대로 맞을 수 있을 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모더나 백신 접종 차질은 엉터리 백신행정의 극단적 사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말 모더나 4000만회분을 확보했다며 모더나 CEO(최고경영책임자)와의 화상회의 장면까지 보여주며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언제 얼마가 들어온다는 브리핑이 없습니다. 7월말 현재까지 들어온 물량은 겨우 115만회(3%)입니다. 그나마 7월 중 들어오기로 한 물량이 '펑크'났습니다. 정부는 모더나의 공급계획에 맞춰 짰던 50대 접종계획을 부랴부랴 바꿨습니다. 50~54세에게 접종하려던 물량을 55~59세분으로 돌리고, 그래도 모자란 물량은 모더나 대신 화이자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40대 접종 시기는 슬그머니 뒤로 미뤘습니다. '아랫돌빼서 윗돌 괴기' 입니다.

예약시스템도 엉망입니다. 모더나가 7월말까지 주기로 한 물량은 196만회(송 대표 주장)입니다.그러나 50대 접종 대상자 수는 740만명 안팎.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다보니 전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시스템 다운은 필연적 결과입니다. 물량이 부족하다는 설명도 없습니다. 백신확보가 20% 밖에 안된 상태니 시기를 늦춰도 되는 사람은 감안하라는 설명이라도 있으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란 얘기가 많습니다.

정부는 거기다 도입 계획에 차질이 생긴 사실도 숨겼습니다. 모더나가 생산차질을 이유로 공급 불가를 통보한 게 지난 23일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사흘간 함구합니다. 어떤 일로 공급차질이 빚어졌는지도 설명이 없습니다.그 사이 상황을 모르는 국민들은 여전히 온가족이 동원되는 광클릭 전쟁에 동원돼야 했습니다.

민간 기업이 이런 식으로 일을 했다면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벌써 파산했을 것이고, 최소한 CEO(최고경영책임자)나 담당 임원이 옷을 벗어야 하는 일입니다.

여전히 불투명한 백신 도입 일정

백신 대란속에 민심이 뜨거운 날씨만큼 들끊어 오르자 송 대표가 보다못해 리스크를 무릎쓰고 도입 상황을 설명한 것입니다. 누가 누구한테 유감을 표시해야 하고, 누구한테 왜 송구하다고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궁금증은 남습니다. 우선 그렇게 복지부 장관이 전화 한통으로 될 일이라면 왜 문제가 터지기 전 사전 수습이 불가능했느냐는 것입니다.

더 걱정은 앞으로는 백신 도입에는 문제가 없느냐는 것입니다. 정부는 시간 날때마다 2억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는 사실과 9월까지 전 국민의 70%(3600만명)을 대상으로 1차접종 완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외칩니다. 과연 믿어도 될 지 의문입니다.

8월 중순부터는 18~49세 접종예약을 받습니다. 대상인원은 1700만명. 정부가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AZ)와 화이자,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5종입니다. 이들은 모더나와 화이자를 맞게 됩니다. 얀센이 물량이 적어 의미가 없고, AZ는 50대이상만 접종 대상입니다.

모더나는 4000만회분 중 115만회분이 들어와 있습니다. 8월분까지는 공급을 확약받았습니다. 그러나 남은 3800만여 회분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받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화이자는 3분기에 1900만회분이 들어오기로 돼 있습니다. 7월중 600만회 들어왔으니 앞으로 1300만회 더 들어와야 합니다. 모더나 도입에 이상이 생기면 화이자로 18~49세 접종을 책임져야 하는데 화이자 도입물량으로는 1차 접종도 다 못할 수 있습니다.

노바백스가 있긴 하지만 3분기 접종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정부는 3분기부터 4000만 회분을 받는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미국서 허가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아무리 빨리 승인 절차를 밟아도 한국에서 3분기 접종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