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일 국방비 역전 확실시
동북아 안보지형서 역할 커져
美와 수평적 방산협력 강화해야

안영수 <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장 >
[시론] 국방비 日 추월, 한·미 방산협력 기회다

내년도 우리 국방예산의 일본 추월이 확실시된다. 지난달 국방부가 요구한 내년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5.4% 증가한 55조7000억원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회의 최종 의결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관례로 보아 55조5000억원(약 512억달러) 내외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일본의 국방예산은 올해 대비 약 2~2.5% 증가한 5조4470억~5조4740억엔(502억~505억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 과거 국방비 증가율 0.5~1.3%의 약 2배를 감안한 규모다. 현재 환율추세를 감안할 경우 한·일 간 국방비 차이는 약 7억~10억달러이며, 대미 방위비 분담금을 제외할 경우 우리가 20억달러 이상 많다.

우리 국방비의 일본 추월은 그 의미가 매우 깊다. 국력 약화로 일제 강점기를 겪은 점은 차치하더라도, 6·25 전쟁 시 미국 등 주요 우방국들의 지원으로 근근이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 개전 당시 국방비는 1490억원이었다. 이후 상당기간 무기의 대부분은 미국의 군사원조로 유지됐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우리 경제 및 산업 발전이 본격화하면서 국방비의 양적 팽창이 이뤄졌다. 55년 전 일본 대비 19%에 불과하던 우리 국방비는 2010년 일본의 51.6% 수준으로 증가했고, 불과 12년 만에 일본을 뛰어넘게 됐다. 이 결과 최첨단 전투기·잠수함·미사일·무인기·인공위성 등을 독자적으로 개발·생산·수출할 역량을 갖출 정도로 급성장했다. 작년 방위산업 생산규모는 16조원 이상,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수 5개, 수백 개에 달하는 협력기업군과 더불어 고용규모도 약 3만5000명이다.

현 정부의 강한 안보 정책에 따른 대폭적 국방비 증액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안보 지형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세계 2위의 국방비 지출 대국인 중국의 지속적 군비증강 대응을 위해 일본을 구심점으로 동북아 지역안정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바이든 정부는 일본의 국방역량만으로는 안보균형 유지가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한국을 일본에 버금가는 공동 파트너로 격상시킨 듯하다. 우리가 일본 대비 지속적 경제 발전을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국방비를 증액한 것이 주요 배경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의 1% 내외를 국방비로 지출해 온 데 비해 우리는 연간 2.5~2.8%씩을 지출해 왔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시 미사일협정 종료 선언은 우리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다.

한국이 동북아 평화 및 안보 균형에 기여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강한 국방력과 선진국 수준의 방위산업 기반이다. 그러나 10대 방산기업의 총매출 규모는 글로벌 15위 기업에 못 미치고, 생산의 90%는 내수에 충당되는 등 후진적 산업구조에 머물러 있다. 또한 핵심부품 등 산업 하부기반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우리가 한반도를 넘어 지역 안보의 주도적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한·미 간 수평적 방산협력이 강화돼야 한다. 먼저, 10% 수준에 불과한 수출비중 극복과, 생산확대를 통한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대미수출이 절실하다. 그러나 대미 최첨단무기의 수입 확대에 비해, 수출길은 거의 막혀 있어 무역적자가 구조적 심화 추세다. 상호 비교우위와 호혜주의에 의한 미 정부의 적극적 이해가 필요하다.

둘째, 한·미 간 각종 첨단무기 공동 연구개발(R&D) 사업 추진을 통한 기술 및 시장 공유가 필요하다. 셋째, 미국은 한국 생산제품의 수출금지(Export Licence) 제재를 대폭 완화해 수출을 지원해야 한다. T-50 등 대미 부품의존도가 높은 다수의 제품이 미국 제재로 제3국 수출에 실패한 사례가 많다. 미국은 한국 방산품의 수출부진에 의한 경쟁력 약화가 결과적으로 동북아 안보균형의 실패로 연결되는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20년대는 동북아 안보균형 유지에 한국의 중요한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시대적 요구 부응을 위해 미국은 진정한 협력자로 나서야 한다. 한국이 강해야 미국도 강해진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