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태권도 우승시킨 최영석 감독 / 사진=연합뉴스

태국 태권도 우승시킨 최영석 감독 / 사진=연합뉴스

태국과 스페인이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 첫날 여자 49㎏급에서 금·은메달을 차지하자 이들 국가의 ‘태권도 열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국의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24)는 태국 태권도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스페인에 첫 메달을 안긴 아드리아나 세레소 이글레시아스(18)는 검은띠에 적힌 한글 문구 ‘기차 하드, 꿈 큰’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들의 뒤에는 한국인 감독과 사범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태국 태권도 사령탑을 맡은 한국인 최영석 감독은 2002년부터 태국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다. 최 감독은 부임 후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해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선물했다. 태국 왕실 훈장까지 받은 그는 2013년부터 최영석컵 태권도대회도 열고 있다. 호랑이띠에 강도 높은 훈련으로 ‘타이거 최’라는 애칭을 얻었다.

‘겨루기’뿐 아니라 ‘품새’ 분야에서도 한국인 권형남 사범 등이 돌풍을 일으켰다. 태권도 인구는 100만 명을 넘고 도장도 3000여 개에 이른다.

6⸱25 때 참전했던 태국 최정예부대 21연대에서는 전투 무술로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이 역시 한국인 사범들이 지도한다. 태국 왕실공주컵 태권도대회까지 성황을 이루고 있다. 동남아 한류 붐을 타고 무에타이의 종주국인 태국이 ‘태권도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아드리아나 세레소 이글레시아스 / 사진=AFP

아드리아나 세레소 이글레시아스 / 사진=AFP

스페인에서도 태권도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에 은메달을 딴 아드리아나 세레소 이글레시아스는 16강전에서 세계 랭킹 2위인 세르비아의 티야나 보그다보비치 선수를 꺾었고, 8강전에선 2008 베이징올림픽,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중국의 우징위 선수를 33대 2로 격파했다.

검은띠에 적힌 서투른 한글은 자동번역기를 사용해 직역한 것으로 보이지만 ‘열심히 훈련하고, 꿈을 크게 갖자’라는 포부를 새긴 듯하다.

스페인 태권도는 1966~1973년 한국인 사범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급격하게 발전했다. 바르셀로나의 조흥식 전영태 이임선 최원철, 마드리드의 조용훈 김제원 조용식, 발렌시아의 김일홍 빌바오의 유일훈, 갈리시아의 윤효봉, 사라고사의 노원식 등이 스페인 태권도 역사의 개척자로 꼽힌다.

남부도시 카세레스에는 한국인 태권도 사범 김영구 씨의 이름을 딴 김영구 체육단지도 있다. 스페인의 인기 경연 프로그램 ‘갓 탤런트’에서도 태권도 공연 팀이 결선 무대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세계태권도연맹 회원국은 207개국으로 늘었다. 국제축구연맹 회원국(197개국)보다 많다. 태권도 수련 인구 역시 1억 명을 넘어섰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