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당찬 Z세대
지난 주말 도쿄올림픽 양궁 혼성단체전의 첫 금메달 소식은 여러 모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먼저 한국 양궁 선수단에서 남녀 최연소인 김제덕(17)과 안산(20) 두 선수가 예선 랭킹라운드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해 출전권을 거머쥐었다는 점부터 예사롭지 않다. 나이·경력이 아니라 실력으로 본선에 올랐고, 그 실력이 금메달을 안겼다는 점에서 가장 ‘공정’한 룰이 메달 원동력이 된 것이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특유의 당차고 거침없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결승전 첫 세트를 내주고도 김제덕은 힘찬 포효를 이어갔고, 안산도 여유 있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냥 자신 있게 쏘기만 했다”(김제덕)는 대범함도 돋보였다. 긴장과 초조함으로 제풀에 무너지곤 했던 과거 선수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메달 불발에 그친 금(金) 유망주들도 예전 선배들처럼 망연자실해 하거나,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펜싱 사브르의 오상욱(25)은 세계랭킹 1위란 점에서 8강전 석패가 너무도 아쉬웠을 텐데,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당당하게 싸워서 이기면 좋고, 지더라도 최선을 다한 데 만족하는 Z세대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저성장과 ‘취업절벽’ 등 어려움을 많이 겪으면서도 Z세대가 이런 당당함을 체득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소득 3만달러 시대에 자라면서 실력과 공정을 희구하는 Z세대는 각종 연줄·학벌에 더 의존했던 기성세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설명이 공감이 된다.

자기 소신을 주저 없이 밝히고, 생각이 맞으면 서슴없이 친구가 되는 Z세대는 기존 관념이나 역사적 굴레에 속박되는 정도도 훨씬 덜하다. ‘일본에는 가위바위보도 이겨야 한다’는 편협함을 마치 대단한 신념인 양 여기는 기성세대와 특히 다를 것이다. 경기장 밖에선 ‘신(臣)에게…’ 표어와 후쿠시마산 식자재 사용 여부 등이 논란이 됐지만, 선수들은 얼마나 관심 있었을까 싶다. 오히려 정정당당한 승부와 스포츠맨십으로 자신의 무대를 멋지게 장식하는 상상을 먼저 했을 Z세대다.

이런 점에서 권위주의와 관념에 억눌린 한국 기성세대는 Z세대의 당당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이래저래 뒤틀린 한국 사회의 문제들도 미래 지향적으로 풀릴 수 있지 않을까. Z세대를 향해 “역사적 경험치가 낮다”는 정치인들은 Z세대에 대한 이해도를 먼저 높일 것을 권한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