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해주 상임위원이 임기 6개월을 남겨두고 갑자기 사표를 내 뒷말이 무성하다. 선관위 상임위원은 비상임인 선관위원장(대법관 겸임)을 대신해 선관위 사무를 총괄하며, 중도 사퇴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조 위원은 2019년 1월 발탁 때부터 논란이 많던 인물이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특보를 지낸 이력 때문에 정치적 편향성 시비가 거셌지만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그런 조 위원이 물러난다고 하자 야당에서 새 상임위원 ‘알박기’ 목적이란 추측까지 내놓는다. 조 위원 임기는 내년 1월까지인데, 대선(3월 9일)을 코앞에 두고 친정권 인사 임명이 부담스러우니 조기 교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임기 만료 직전인 12월에 이뤄지는 선관위 정기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 새 상임위원을 임명해 그가 인사를 주도하게 한다는 추측도 있다.

이 정부 들어 선관위가 중립 시비를 부른 사례는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 때 현수막에 ‘위선, 무능, 내로남불’ 같은 표현이 “특정 정당을 유추할 수 있다”는 비상식적 이유로 불가 판정을 내렸다. 여성단체의 ‘보궐선거 왜 하죠?’ 캠페인에 대해서도 “특정 정당을 떠올리도록 할 수 있다”며 선거법 위반 결정을 했다. 반면 서울시 교통방송의 ‘#1합시다’ 캠페인, ‘오세훈은 자격 없다’ 피켓시위 등은 통과됐다. 지난해 총선거 땐 ‘비례자유한국당’ 등 야당 당명과 ‘민생파탄’ 피켓은 불허한 반면 여당의 ‘70년 적폐청산’은 허용해 공정성 논란을 불렀다.

선관위는 헌법(114조 1항 ‘선거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에 존재 이유가 규정된 헌법기관이다. 선거를 민주주의 근간으로 보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조 위원의 조기 교체 이유가 친정권 인사를 앉히려는 의도라면 중립적 헌법기관인 선관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심판이 공정하지 않으면 누가 결과를 따르겠나. 내년 대선에서도 선관위가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뿌리부터 흔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