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판 뉴딜’ 사업 규모를 60조원 더 늘려 2025년까지 220조원을 투입하는 요란한 구상을 내놨다. 기존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에 ‘휴먼뉴딜’을 추가해 업그레이드했다며 ‘한국판 뉴딜 2.0’이라는 근사한 타이틀도 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하며 한껏 힘을 실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 정책’이란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뉴딜 2.0’의 핵심사업으로 제시한 휴먼뉴딜조차 그간 ‘고용안전망 강화사업’으로 진행해온 것을 끌어와 소위 ‘표지갈이’한 데 불과해서다.

26조6000억원이던 관련 예산이 50조원으로 늘긴 했다. 하지만 증액분의 상당액이 ‘청년 퍼주기’로 의심받는 등 정치적 논란까지 부르고 있다. 정부는 청년이 저축하면 일정액을 보태주는 등의 청년 지원사업에 8조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청년층의 자산형성 지원이 한국의 미래 경제·사회 구조변화를 이끌 핵심동력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궁색하다. 겨우 몇 년 끌고 가다 말 지속불가능한 사업에 수조원의 혈세를 쏟아붓는 것을 제대로 된 인적자원 투자로 볼 수 없다. 뉴딜 2.0에 따라 투입되는 60조원으로 6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정부 자랑도 듣기 민망하다. 일자리 하나에 1억원을 쓰는 것을 효율적인 재정집행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년대책뿐 아니라 ‘한국판 뉴딜’ 전체가 점점 블랙홀이 돼가는 모습이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힐 그랜드 플랜이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220조원의 재원조달 계획도 없다. 1년 전 한국판 뉴딜정책 첫 발표 때 2025년까지 20조7000억원의 민간투자를 유치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기업투자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결국 세금과 나랏빚에 의존하는 일반 재정지출사업으로 전락해 국고 부담만 엄청나게 높일 게 뻔한데도 정부는 어떤 설명이나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분명한 청사진이 나와도 한국형 뉴딜은 차기 정부에서 추진동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임기가 10개월도 안 남은 정부라면 완급조절이 필수다. 코로나19로 재정 지출이 폭증해 기존 사업도 구조조정하는 판에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장밋빛 구상 남발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임기 막판에 치적을 남기려고 어설픈 정책을 쏟아내기보다 민간의 성장잠재력을 북돋우면서 차기 정부가 이어갈 수 있는 실용적인 정책으로 돌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