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여름철 전력 수급 불안은 脫원전 때문
산업통상자원부가 아직도 탈원전의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여름 예상되는 전력 수급 불안이 탈원전이나 에너지전환 정책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소가 들어도 웃을 억지다. 전력 공급능력이 작년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산업부의 실토가 바로 무리한 탈원전의 명백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수출용으로 개발하겠다는 ‘혁신형’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iSMR)도 공허한 환상이다. 우리가 24년 동안 공들여 개발해놓은 소형 원자로 SMART를 내던져버려서는 절대 안 된다.

올여름 전력 공급능력은 97.16GW로, 작년 8월 26일의 97.95GW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24기(23.3GW)의 멀쩡한 원전 중 9기(8.6GW)를 멈춰 세워놓은 탓이다. 원전의 공급능력이 작년보다 무려 2.0GW 축소됐다. 탈원전이 아니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불법·탈법적인 탈원전의 증거는 차고 넘친다. 완공된 신한울 1호기의 가동을 15개월 동안이나 지연시킨 것도 탈원전 때문이었다. 18차에 걸쳐 이뤄진 원안위 심의는 억지와 심통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수소재결합기(PAR)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항공기 충돌이나 장사정포 포격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오로지 탈원전을 밀어붙이기 위한 부끄러운 몽니였을 뿐이다.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신한울 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도 탈원전 때문이고,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신한울 3·4호기도 탈원전 때문이다. 염치없는 산업부마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팩트다.

코로나19 피해 회복에 따른 산업생산 증가와 예상외의 폭염에 의한 전력수요 증가를 예견하지 못했다는 변명도 옹색하고 부끄러운 것이다. 작년 여름 전력수요가 코로나19 사태와 잦은 호우로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올여름 전력수요 증가는 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작년의 전력수요를 근거로 추정한 산업부의 ‘여름철 전력수요 예측’은 결코 믿을 것이 아니다. 110년 만에 닥쳐온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92.48GW였다.

산업부가 코로나19 사태 회복에 의한 산업용 전력수요 증가에 어떤 실질적인 대책도 마련해두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랍다. 특히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전력 공급량 확충을 포기해버린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다. 반드시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칫 산업부가 정부의 원칙없는 방역 완화로 시작된 4차 확산을 속으로 반기고 있을 것이라고 오해할지 모른다.

날씨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일본과 중국에는 연이어 물 폭탄이 쏟아지고 있고, 미국 캐나다 러시아 인도 유럽은 가마솥처럼 펄펄 끓고 있다. 모두가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만 요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엎친 데 덮친다고 우리는 마구잡이 신재생에너지 설비 때문에 산사태 발생 우려는 물론, 폭염에 의한 전력수요 폭증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전력 공급은 이미 불안한 상황이다. 고리 3호기가 고장을 일으켰고, 산업부가 믿고 있는 고성하이 1·2호기도 잦은 고장으로 믿기 어려운 형편이다. 코로나19의 4차 확산으로 지쳐버린 국민에게 전력 수급 불안은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비현실적인 탈원전으로 고집부릴 상황이 아니다. 탈원전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고, 정부가 떠들썩하게 밀어붙이는 ‘탄소중립’도 어려워진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의 수출용 SMR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 공허하다. SMR도 원전이다. 우리도 쓰지 않겠다는 SMR을 기꺼이 선택해줄 국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대단한 착각이다. 특히 우리가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승인을 받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공동개발에 합의까지 했던 SMART를 ‘구식’이라고 매도해서는 절대 안 된다. 정체도 알 수 없는 ‘혁신형’ iSMR로 지친 국민을 더 이상 기만해선 안 된다.

새로운 기술은 관료들의 책상 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원전이 위험하다고 포기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오히려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