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거리두기·4단계 격상 조치
"당장 아니다"했다 말 뒤집어

이선아 바이오헬스부 기자
[취재수첩] 오락가락 말바꾸기로 혼란 자초한 정부

“지난달엔 5인 사적 모임 금지가 풀린다고 해서 9개월째 쉬던 아르바이트생에게 나오라고 했다가, 하루도 안 돼 연장된다고 해서 다시 쉬라고 했어요. 이번에도 2단계를 연장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4단계로 간다고 하니, 이젠 누구 말을 믿어야 합니까.”

지난 10일 서울 연남동에서 만난 편의점 주인 김모씨는 “거리두기 지침이 자꾸 바뀌다 보니 점포 운영 계획을 짤 수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지난 9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상향을 전격 발표한 뒤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오후 6시 이후에는 2명까지만 사적 모임을 허용하는 등 사실상 ‘외출금지’에 해당하는 강력한 조치다. 아직 확진자 수가 4단계 기준을 충족하진 않았지만, 확산세를 막기 위해 ‘선제적 격상’을 결정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틀 전만 해도 다른 말을 했다. 지난 7일 정부는 “현행 거리두기 2단계를 2주간 연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4단계는 확진자 수가 기준에 충족하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방역 지침이 급작스레 바뀐 건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전 브리핑에서 “내일부터 예정대로 새 거리두기 개편안이 적용된다”고 했다. 개편안이 적용될 경우 수도권은 거리두기 2단계에 해당해 최대 8명까지 사적 모임이 허용되는 상황이었다. 사실상 사적 모임 4인 제한이 완화되는 셈이었다. 이런 결정에 대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새 개편안 적용을 늦춰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중대본은 “서민층의 경제적 피해와 국민의 피로감을 고려해 오랜 기간 사회적 논의를 거쳐 마련한 것”이라며 일축했다.

이 결정은 반나절도 채 가지 못하고 번복됐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개편안 적용을 1주일 유예하기로 하면서다. 그제야 중대본은 “지자체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방역 지침을 정하면서 사전에 지자체와 충분한 의견 조율을 하지 않아 빚어진 촌극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거리두기 단계를 급히 조정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할수록 정부의 메시지는 신중해야 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은 우리 국민이 일상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아무리 다급한 상황이라지만 신중하지 못한 정부의 판단과 결정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확산되는 비상 상황인데도 오락가락 지침에 국민의 방역 경계심이 약해졌다. 4단계 격상이 정부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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