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우 IT과학부장
[데스크 칼럼] '게임 셧다운제' 10년의 그늘

게임은 수출 효자 산업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59조원)의 3분의 1 크기로 성장한 게임업은 연간 약 8조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e스포츠의 글로벌 팬덤은 더 극적이다. 한국인 스타 게이머의 인기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부럽지 않다. 이들의 신기에 가까운 플레이를 보기 위해 밤새도록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기다리는 게임팬이 5억 명에 달한다. 말 그대로 ‘게임 한류’다.

그런 ‘게임 한국’이 하루아침에 ‘어처구니없는’ 나라로 낙인찍혔다. ‘초통령 게임’으로 불리던 마인크래프트가 갑작스럽게 성인 게임으로 바뀌자, 한국은 셧다운제를 시행 중인 나라라는 사실이 글로벌 사회에 새삼 각인된 것이다. 셧다운제는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PC 게임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용도 상실한 시대착오적 규제
보안성 강화를 고민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인크래프트를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19세 이상만 즐기는 성인용 게임으로 바꿨다. 셧다운제가 있는 한국만을 위해 별도 청소년 버전을 만드느니 차라리 성인 게임으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외에서 먼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들끓었다. 국내 유저들은 “죽은 규제가 살아 있는 아이들의 행복권을 앗아갈 판”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0년 전 셧다운제를 주도한 여성가족부가 “정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역풍만 부르고 말았다. “자기들 때문에 우회로를 택한 기업 탓을 한다”는 힐난이 한층 거세진 것이다. 급기야 셧다운제는 물론 여가부까지 폐지하라는 청와대 청원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마인크래프트 사태는 우리 산업 규제 현실을 아프게 비춘다. 기술 진화와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는 무지와 독선 속에서도 스스로는 선하며 정의롭다고 믿는 착각이 기형적인 ‘갈라파고스형 규제’로 진화했다.

셧다운제는 2011년 시행 초기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는 게 명분이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야간자율학습을 강제해 수면권을 빼앗는 이들도 어른”이라고 냉소했다. 규제는 그러고도 10년을 더 버티더니 세계적 조롱거리가 됐다.
자율규제와 시장 원리가 대세
문제는 비슷한 일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한 블록체인 게임업체는 NFT(대체불가토큰)를 아이템으로 거래할 수 있게 했다는 이유로 애써 개발한 게임의 등급 분류를 취소당했다. “게이머의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겠다는 NFT 기술의 가치를 보지 않고 사행성 프레임에만 욱여넣었다”는 게 업체 측 주장이다. ‘블록체인=NFT=위험한 투기’라는 가치사슬로 바라보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일방적 결정이다.

스포츠 승부 예측 특허를 갖고 있는 한 게임업체도 황당한 등록 취소 예정 통보를 받았다. 한쪽(특허청)에선 ‘기술적 독창성이 강하고 공공성에도 문제가 없다’며 특허를 내주고, 한쪽(게임물관리위원회)에선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는 반대의 이유로 철퇴를 가하는 이중 처분이 나온 것이다. 합법화된 글로벌 스포츠 승부 예측 게임 시장은 이미 186억달러(약 21조36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업계 자율과 소비자 판단에 맡긴 결과다.

게임은 스타트업처럼 몰입이 승패를 가른다. 그 몰입이 게임 한국의 초석이 됐다. 주 52시간 근로니, 셧다운이니 하는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다. 청소년들은 이미 모바일을 통해 24시간 자유롭게 세계와 통하는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다. 결단의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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