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통제 때문에 일정 밀려
후분양 늘면 시세 자극 우려도

이유정 건설부동산부 기자
[취재수첩] 상반기 분양 5만 가구가 사라진 이유

당초 올 상반기 분양 예정이었던 전국 아파트들이 청약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분양가 때문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면서 사업성을 못 맞추는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지방 최대어로 꼽혔던 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 재건축이 대표적이다. 총 4043가구 중 일반분양이 2331가구에 달해 큰 관심을 받은 단지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미 지난 3월 분양을 마쳤어야 하지만 아직도 분양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제시한 분양보증가격은 3.3㎡당 1628만원이다. 1800만~1900만원대를 기대했던 조합과 괴리가 크다.

부산에서만 우동1구역, 대연4구역, 남천2-3구역, 명륜2구역, 괴정5구역, 범천1-1구역 등이 같은 이유로 후분양을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탄방1구역 재건축이 있는 대전이나 인천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HUG는 지난 2월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지나친 분양가 억제로 공급이 지연되자 시세 반영 등을 통해 분양가를 합리화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엔 주변 시세의 일정 비율(85~90%)이라는 상한선을 도입한 게 문제가 되고 있다. 주변에 신축이 없으면 오래된 소형 아파트 등을 기준으로 상한을 정하고 있어서다.

분양가 갈등으로 올해 3~6월에만 예정 분양물량 5만 가구가 공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 기간 분양이 예정됐던 전국 10만7816가구 중 56.2%인 6만593가구만 분양됐다. 지방 광역시 상황은 더 심각하다. 당초 3만2980가구 분양이 계획됐지만 실제 공급은 1만4666가구(44.4%)뿐이었다.

집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기다리던 단지의 분양까지 밀리자 수요자의 불만이 크다. 이들 중 일부는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나서 집값을 끌어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선분양할 계획이던 아파트들이 후분양으로 선회하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 시세 수준의 후분양이 이어지면 분양가 통제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구상도 공염불이 된다.

전문가들은 애초 독점적인 분양보증기관을 활용해 분양가를 통제하는 행태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한다. 상황에 떠밀려 그때그때 제도를 개편하다 보니 ‘주먹구구’ ‘깜깜이’ 등의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분양보증시장의 독점 구조를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라며 시장 개방을 미루고 있다. 공급 활성화라는 최우선 과제 달성을 위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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