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 따라 '보복관광' 수요 폭발 예상
금융지원 등으로 관광산업 회복 도와야

박희권 < 前 주유엔세계관광기구 (UNWTO) 상주대표 >
[기고] 포스트 코로나 대응 관광정책 리셋할 때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분야 중 하나는 관광산업일 것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작년 국제관광객 수는 10억 명 이상 감소했다. 2019년 14억6000만 명에 달하던 관광객이 지난해 3억8000만 명에 불과했으니 74%나 줄어든 것이다. 관광 수입 감소도 심각하다. 세계여행관광이사회 (WTTC)에 따르면 작년 관광 수입은 전년 대비 50% 감소한 4조7000억달러에 불과했다. 관련 일자리도 6000만 개 이상 줄었다.

그러나 관광은 회복탄력성이 강한 산업이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관광이 일시 위축됐으나 곧 회복했다. 1950년 2500만 명에 불과했던 국제 관광객 수는 2019년 15억 명으로 급증했다(난민, 이민자, 1년 이상 체류방문자 제외). 저렴해진 여행 경비, 개인소득 증대, 여가시간 확충과 함께 경제의 세계화가 대중여행 시대를 열었다. 효과적인 방역 조치로 코로나19가 통제되면 관광산업이 조속히 회복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3~4년 내에 2019년 수준까지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의 국제 관광 추세는 과거와는 여러 면에서 다를 것이다.

먼저, 관광산업은 점진적, 차별적으로 회복될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봉쇄와 격리에 시달렸던 사람들이 ‘보복관광’에 나서면서 관광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백신 접종 실태를 볼 때 집단면역 형성과 관광산업의 회복은 나라에 따라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미국, 중국 등 국내 관광 비중이 큰 나라일수록 회복 속도가 빠를 것이다. 집단면역을 달성했거나 코로나 확산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국가 간 단계적, 차별적 관광 개방은 불가피할 것이다.

백신여권의 사용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그린패스’를 시행 중이고, 유럽연합(EU)은 ‘디지털 그린증명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백신의 효능이 입증되고 접종률이 높아지면 여권을 소지한 여행객에게 제한적으로 국경을 개방하는 나라가 늘어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관광의 키워드는 건강과 위생이다. 자연경관, 음식, 인프라 등 관광지로서 갖춰야 할 기본 조건보다 방역과 위생이 해외여행의 최우선 고려사항이 될 것이다. 또 다수가 모이는 도심의 밀집지역보다 외딴곳을 찾고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휴양하는 슬로 투어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 비중도 커질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팬데믹은 관광산업이 보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디지털화하고 환경친화적으로 발전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새로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광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성장잠재력이 높고 고용 연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UNWTO는 인류의 일자리 10개 중 1개는 관광 관련 일자리라고 추산한다. 문제는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절대다수가 중소업자라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심각한 피해를 본 이들은 새로운 관광 추세에 대처할 자금과 기술력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국가가 구제금융 등으로 관광업 회복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관광 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적절한 구제금융 지원, 세제 혜택 확대, 각종 규제 완화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관광객 유치 노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관광산업의 회복을 도울 때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