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부동산’을 꼽더니, 각론에선 돌연 ‘가격 통제’와 ‘증세’ 얘기를 꺼낸다. 공급 확대가 절실하다는 여권의 인식 변화에 잠시 기대를 걸었던 국민을 다시금 실망하게 만들고 있다.

지지율에서 가장 앞선 이재명 경기지사의 발상이 가장 충격적이다. “주택관리매입공사(가칭)를 만들어 국가가 주택 가격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채권을 사고팔아 수급을 맞추는 외환당국이나 중앙은행처럼 정부가 직접 집을 매매해 가격을 조절하겠다는 것인데,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택 공급엔 3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최적 타이밍에 맞춰 수급을 조절할 수 있을까. 시장에 맡겨두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 민간 건설사의 공급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축효과’가 빚어질 수 있고, 글로벌 투자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대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근본적으로는 ‘가격 통제’와 다름없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란 점이 문제다. ‘시장 실패’라며 정부가 나서면 효율적 시장 기능은 더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선의(善意)라지만, 사회적 약자를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 독일 베를린시의 ‘월세 상한제’가 셋집 공급을 줄이는 부작용으로 지난 4월 헌법재판소에서 ‘무효’ 결정이 내려진 게 근래 사례다. ‘도시를 가장 완벽하게 파괴하는 방법은 가격통제’라는 게 교과서만의 서술이 아닌 것이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부동산 세 부담 완화책을 마련했지만, 이를 사실상 반대하는 대선 주자도 적지 않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보유세를 낮추면 안 되고, OECD 평균 수준으로 연차적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택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조차도 종합부동산세 완화안에 사실상 반대 입장이다. 하지만 과도한 징벌적 과세는 증여나 버티기로 이어져 시장 매물 출회(공급)를 줄이는 현실이다.

‘임대차 3법’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 무주택 서민이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판국에 여권 대선 주자들이 사회주의식 정책 제안과 세금 때리기에만 열중해선 안 될 일이다. 여당 내 강성 지지 세력을 염두에 뒀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론 대선 본선에서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인기영합적이고 선명성만 강조하는 경쟁에 나라 경제가 멍들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