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 마케팅 기상도] 문화뉴딜·독서뉴딜이 더 중요하다
뉴딜 정책에서 결정적으로 빠뜨린 것은 없을까?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사회의 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7월 14일 ‘한국판 뉴딜(New Deal)’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160조원을 투자해 19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판 뉴딜이 기존의 뉴딜과 네 가지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토목 사업과 확연히 구별되는 디지털·그린 인프라 구축,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 먹거리 창출의 토대 마련, 저탄소 경제 사회 전환 선도, 미래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한 장기 투자라는 것. 디지털 시대를 반영한 정책 결정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 마지막의 미래 인재 양성 부분까지도 디지털 일색이다.

한국판 뉴딜 정책을 가동한 지 1년이 됐다. 모든 게 디지털 일색이라는 사실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란 말도 있듯이 디지털도 아날로그와 함께했을 때 더 성과가 크다. 인재 양성을 위한 장기 투자 영역은 단기적인 성과주의에 치중한 근시안적 정책 결정이다. 160조원 중에서 문화 분야에 대한 뉴딜 예산은 거의 전무하다. 독서나 출판 분야에 대한 지원은 제로 상태라 더 안타깝다. 기획재정부가 뉴딜 예산에서 1조원 정도를 ‘문화 뉴딜’과 ‘독서 뉴딜’에 편성한다면 인재 양성을 위한 장기 투자 효과가 상당할 텐데 그걸 놓치고 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주도했던 미국의 뉴딜에서도 ‘공공 예술 프로젝트(Public Art Project)’ 예산을 책정했었다. 미국의 문화예술산업이 지금 유럽을 능가하게 된 것은 그때 문화 뉴딜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역대 정부에서 문화 강국의 구호를 외쳤지만 예산 지원은 뒷전이었다. 뉴딜의 장기적인 효과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장 확실하게 가져다줄 분야가 문화 뉴딜과 독서 뉴딜이다. 국민들이 국제표준도서번호(ISBN)가 붙은 책을 자율적으로 한 권씩만 읽어도 자율주행차 한 대 이상의 가치가 있다.

한국판 뉴딜의 10대 과제는 디지털(데이터 댐, 지능형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디지털+그린 융합(그린 스마트 스쿨, 디지털 트윈, 국민안전 SOC 디지털화, 스마트 그린 산단)이라는 세 가지 영역이다. 종합하면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기반의 융합을 통해 대한민국 대전환의 시대를 열겠다는 취지다. 융합의 성공 여부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자료를 쌓고 관리하는 것이 데이터 댐이라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자료를 언젠가 인출하는 독서야말로 데이터 댐에 지식을 채워두는 행위다. 머릿속의 아날로그 데이터가 언젠가는 디지털 상상력으로 인출된다. 독서는 저자의 지혜를 배우며 저자와 대화하는 과정이다. 수백 년 전에 죽은 사람과도 지금 곁에 있는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으니 책을 읽을수록 지혜의 데이터 댐도 차오르게 마련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발표 1주년을 맞이해 그간의 성과와 일상의 변화를 국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국민체험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미래차 체험과 가상현실·인공지능 체험 등 여러 행사가 펼쳐진다. 그렇지만 디지털 분야에 모든 예산을 쏟아붓는 정책은 가시적인 성과에만 치중하는 뉴딜 편식증이다.

독자는 책의 저자와 생각의 새로운 거래(new deal)를 시도함으로써, 놀라운 세상을 만들기도 한다. 디지털 세상을 개척한 빌 게이츠도 이렇게 말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 졸업자보다도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 보여주려는 행사에만 치중하지 말고, 지난 1년 동안 한국판 뉴딜 정책에서 결정적으로 빠뜨린 것은 없는지 냉정히 되돌아보기 바란다. 문화 뉴딜과 독서 뉴딜, 정말로 시급한 당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