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홍콩의 '문자옥(文字獄)'
청나라 건륭제 때 호중조(胡中藻)라는 문인이 시 한 구절 때문에 반역죄로 처형됐다. ‘일파심장논탁청(一把心腸論濁淸·한 줌 마음으로 흐림과 맑음을 논하고 싶구나)’에서 신성한 국호 청(淸) 앞에 탁(濁)이라는 부정적 글자를 썼다는 게 이유였다. 다른 문장에 나오는 일(日)과 월(月)도 명(明)나라의 멸망을 슬퍼하는 증거로 지목됐다.

옹정제는 한술 더 떴다. 한 시험관이 출제한 문제 속의 ‘유민소지(維民所止)’를 문제삼았다. 이는 시경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런데도 “유(維)와 지(止)는 옹정(雍正)의 윗변을 의도적으로 없앤 것으로 황제의 참수를 암시한다”며 온 가족을 참형에 처했다.

이처럼 글을 올가미 삼아 지식인을 탄압하는 것을 ‘문자옥(文字獄)’이라고 한다. 중국 왕조시대에 횡행했다. 건륭제 때만 130여 건에 이른다. 이는 문자뿐 아니라 나라 미래까지 옥에 가두는 결과를 초래했다. 누구든 황제나 반대파의 트집으로 반역죄를 뒤집어쓸 수 있으니, 독재권력이 강해지고 견제장치는 없어졌다. 결국 청나라는 19세기 열강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이제는 중국 공산당의 현대판 문자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공산당은 종이신문과 온라인 언론까지 ‘사이버 만리장성’으로 통제하고 있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약속한 홍콩에도 온갖 재갈을 물리고 있다.

급기야 체제비판 성향의 ‘빈과일보’가 폐간됐고,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도 칼럼을 삭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입장신문 기자들은 “홍콩에 문자옥이 강림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에 “내정 간섭 말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언론은 ‘잠수함 속 토끼’와 ‘탄광 속 카나리아’에 비유된다. 토끼와 카나리아가 없으면 공기가 희박해도 이상신호를 감지하기 어렵다. 언론인 연쇄 구속과 폐간 등 21세기판 문자옥에 갇힌 홍콩은 지금 조기경보 시스템이 사라진 잠수함이나 탄광과 같다.

오늘은 홍콩 보안법 시행 1주년, 내일은 홍콩 반환 24주년이다. 한때 아시아의 자유 도시에서 감옥 속의 도시로 변한 홍콩. 기자들이 “우리의 핵심 가치인 언론 자유가 없다면 홍콩은 국제도시로서 명성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항거하고 있지만, 내일 창당 100주년을 맞는 중국 공산당에는 그저 ‘반역자의 문구’로만 들릴 뿐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