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을 보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어제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오를 이유가 없다”며 이들 기준에 따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경총이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분석은 최저임금의 법적 기준을 토대로 조목조목 따져본 결과라는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내년 최저임금 협상에 반드시 반영돼야 할 것이다.

경총은 올해 최저임금 월급 환산액(약 180만원)이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 중위값에 근접했고, 최저임금 적정수준의 상한선이라 할 수 있는 중위임금의 60%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62.4%)은 최저임금제가 있는 OECD 29개국 중 6위고, G7 평균(48.6%)보다도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또 2016~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53.9%인데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7%에 그쳤고, 소득분배는 오히려 나빠졌다고 경총은 지적했다.

이외에 사업자들의 지급능력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15.6%)은 역대 두 번째다. 작년엔 코로나까지 겹쳐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9만 명이나 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연속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43만6000개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30만4000개의 일자리가 더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를 감내할 능력이 되는 대기업의 ‘기존 근로자’들은 혜택을 본다. 하지만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채용이 줄면 청년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든다.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힘든 자영업자들은 아예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 함운경 씨조차 직접 횟집을 운영해보고는 현 정부의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을 고집한다. 양대 노총은 오는 24일 열리는 최저임금위원회 4차 회의에 앞서 최초 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시급 1만원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노조 간부가 아니라 스스로 중소기업이든 동네상점이든 운영한다고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 말로만 노동약자를 챙긴다는 허울 좋은 명분이 당장 생계를 걱정하는 진짜 약자들의 눈물로 돌아오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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