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부 지원 받는다" 자랑하는 대통령 아들
문재인 대통령 아들인 예술가 문준용 씨가 ‘정부지원금’ 자랑으로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벌써 세 번째 받는 지원금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문씨에 대한 특혜 의혹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위반을 제기하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문씨는 지난 18일 SNS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과 기술 융합지원 사업’에서 6900만원의 지원금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업에 뽑힌 것은 대단한 영예고, 이런 실적으로 제 직업은 실력을 평가받는다”며 “축하받아야 할 일이고 자랑해도 될 일입니다만, 혹 그렇지 않게 여기실 분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심의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이에 야권과 재야 인사들을 중심으로 쓴소리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김영환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SNS에서 “아버지가 대통령이라는 것을 모르느냐”며 “‘또 받았네’ 자랑할 일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일갈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아니고, 기분 나쁜데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며 혀를 찼다.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와 서민 단국대 교수도 나란히 문씨 비판에 나섰다. 김 대표는 문씨를 향해 “그 ‘평가’를 시장에서 받아보라”며 “왜 꼭 ‘영예’와 ‘평가’를 지원사업 선정위원회에서만 받는지 심히 궁금하다”고 따져 물었다. 서 교수는 “이런 분이 국내에서 지원금을 싹쓸이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지만 하필이면 대통령이 문재인”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제일 억울한 인간”이라고 꼬집었다.

일반 네티즌의 비판도 줄을 이었다. 한 네티즌은 카타리나 아말리아 네덜란드 공주가 이달 초 18세가 되면 매년 받을 수 있는 160만유로(약 21억원)의 수당과 생활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거론하며 “문씨와 비교된다”고 했다.

문씨는 지난해에도 파라다이스문화재단으로부터 3000만원, 서울시로부터 1400만원을 예술지원금 명목으로 받았다. 문씨가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해서 지원금을 신청하지 말란 법은 없다. 순수히 자신의 실력으로 지원금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아들’ 신분이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사만 해도 서류 심사와 인터뷰를 통해 문씨의 신분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문씨는 부끄러움이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과연 자랑할 만한 거리인지 의문이다. 문씨가 굳이 위원회와 심의위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차치하고라도,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오이밭 관리인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신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