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콩국수와 채식주의
여름에 접어들면서 즐겨 먹는 음식은 냉면과 콩국수다. 각기 다른 맛을 보여주는 두 음식을 먹을라치면 군침부터 돈다. 냉면하면 대부분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떠올리는데, 이에 견주는 진주냉면을 모르는 분이 많다. 해산물과 소뼈를 끓인 육수에 달군 무쇠를 넣어 비린내를 잡은 진주냉면 특유의 풍미는 참으로 독특하다.

콩국수는 냉면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걸쭉하면서 고소한 국물과 쫄깃한 면의 조화는 여름 별미로 손색없다. 더위가 시작될 즈음이면 지인과 함께 일부러 콩국수 먹을 식당을 찾아 점심을 즐기곤 한다. 서울에서 유명한 콩국수 식당들이 ‘진주’라는 상호를 사용해서일까. 콩국수는 고향 음식처럼 자꾸만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이처럼 콩국수는 고명하나 없이 콩의 영양분을 그대로 살려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건강한 음식이다.

냉면과 달리 콩국수처럼 고기 한 점 없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음식이 존재한다. 어찌 보면 요즘은 참나물냉채, 해초비빔밥, 강된장 등 채소와 곡식, 장류로 이뤄진 단출한 한식이 기름진 음식보다 각광받고 있다. 이는 건강은 물론 환경과 동물 보호를 위하는 적극적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이 늘어나는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비건은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고 오로지 채식만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이 늘면서 새로운 문화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산업으로 이어졌다. 비건과 관련한 산업은 과거 식음료에 한정됐으나 이제는 패션, 뷰티, 생활용품을 비롯해 산업재 등 다양한 분야로 커지고 있다. 와인 양조 공정에서 나오는 포도껍질과 줄기 등을 이용해 비건 가죽을 만들고, 탄소 저감 식물인 케나프(kenaf)로 자동차 내장 마감을 하는 모습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이제는 베지노믹스(vegenomics)라는 신조어가 낯설지 않을 정도로 채식주의자를 위한 경제생태계가 마련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채식 인구가 빠르게 증가해 이미 150만 명을 넘어섰다. 더군다나 환경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채식주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생활 습관과 소비의 변화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비거니즘으로 자리 잡았고 이들은 지구를 되살리는 생태운동, 순환경제 참여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필자는 전통의 맛을 간직한 냉면과 콩국수를 모두 즐기지만, 자신의 건강을 넘어 환경까지 생각하는 신세대의 비거니즘 트렌드에 주목한다. 그들의 건전한 행동주의적 사고가 지속 가능성을 지지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채식으로의 변화가 어디까지 영향을 줄 것인지 참 흥미롭다. 날씨가 무더워지니 시원한 콩국수가 더욱 더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