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유치 역발상
경북 청송군 가보니

전국 '소멸위험' 시·군·구 105곳…6년새 28곳 늘어
위기감 커진 청송 "女교도소 유치"…주민들이 앞장
정부는 지역회생 지원 큰 그림 없어 결국 '각자도생'
대학 구조조정 본격화…지방대 퇴출 맞물려 위기감

장규호 논설위원
"님비? 교도소도 산업…지역 소멸위기 극복이 먼저죠" [장규호의 현장]

#1. 경북 청송군 주민 황진수 씨(45)는 아내의 부인과(科) 진료가 예약된 날에는 반나절은 일손을 놔야 한다. 군(郡)에 산부인과 개업의가 없어 안동까지 차로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집을 나서 병원까지 30~40분이면 닿지만, 응급상황일 땐 문제가 달라진다. 이제 막 결혼해 출산을 앞둔 가정이라면 시골생활이 간단치 않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한숨부터 나왔다.

#2. 1974년 이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인구가 줄어든 청송군에서도 2013년 10명, 이듬해엔 25명 인구가 증가한 때가 있었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재임하기 전의 일인데도 기회만 되면 “인구가 늘어난 적도 있다”고 자랑했다. 인근 포항 같은 큰 도시에서 들으면 웃을 일이지만 인구 감소세가 주춤했던 게 그만큼 위안이 된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일시적 증가란 이유가 아쉬울 따름이다.

젊은 층의 대도시 유출과 저출산·고령화 가속, 가임(可姙)여성 감소 등으로 지역의 존립 기반 자체가 허물어지는 이른바 ‘지방소멸’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추세가 바뀌지 않고 감속 기미도 안 보인다. 2014년 일본에서 ‘마스다 보고서’가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지방소멸이 2016년부터 한국에서도 이슈화돼 중앙과 지방정부가 안간힘을 쓰며 인구 감소를 막아보려 하지만 성과는 신통찮다. ‘지방소멸 위험지수’(한국고용정보원 조사, 20~39세 여성인구/65세 이상 인구)가 0.5 미만인 소멸위험지역이 2014년 첫 조사 때 전국 228개 시·군·구 중 77곳(33.8%)에서 작년엔 105곳(46%)으로 늘어났다. 인구 2만5000명을 최후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는 청송군 역시 소멸위험 시·군·구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다.
"님비? 교도소도 산업…지역 소멸위기 극복이 먼저죠" [장규호의 현장]

오죽하면 교도소 유치하려 할까
이런 청송군이 국내 유일의 청주여자교도소 포화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여자교도소 유치에 팔을 걷어붙여 화제다. 몇 년째 심혈을 기울이는데, 최근 교정시설을 방문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유치 의사를 다시 한번 밝혔다고 한다. 청송에선 과거 ‘청송교도소’와 ‘청송보호감호소’로 불리던 시설이 경북북부 제1·2·3교도소와 경북직업훈련교도소로 전환돼 총 네 곳의 교정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여자교도소 유치를 위해 추가로 허가를 받거나 부지를 살 필요가 없고, 정서적 거부감이 덜해 주민 반대도 적다는 게 청송군의 설명이다. 교도관 가족이 거주할 아파트 100가구를 짓고, 법무연수원 청송캠퍼스도 유치하겠다고 한다. ‘국내 최대 교정타운’을 건립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지역이 얼마나 고사 직전이면 혐오시설인 교도소를 유치하려는가 싶었다. 청송군의 작년 소멸위험지수가 0.155로 나타났으니, 노인 인구(65세 이상)에 비해 가임여성 인구가 약 16%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 비율이 100%는 돼야 기존 인구가 유지될 수 있는데, 16%밖에 안 돼 지역 공동화(空洞化)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 군수는 “교도소도 지방자치단체엔 하나의 산업”이라며 역발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여성 재소자 700명을 수용한다고 가정하면 여성 교도관 250~300명이 필요하고, 가족까지 1000명의 상주인구를 늘릴 수 있다”며 “여성 재소자 1인당 연간 면회객이 10명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교정시설이 밀집된 청송군 진보면 일대의 서비스업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입지 면에서도 임하댐 인근인 청송군은 ‘굴뚝 없는 교도소’가 웬만한 기업 유치보다 낫다는 것이다.
주민이 앞장선 특성화 회생전략
눈여겨볼 대목은 주민들이 먼저 나서 교도소 유치를 촉구한 점이다. 이미 7년 전부터 주민단체 대표들이 교도소 유치 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염재선 진보면 이장협의회 회장(58)은 “1500명 되던 진보 면소재지 초등학교 학생 수가 200명으로 쪼그라들었고, 축구대회를 하면 300~400명씩 몰려들던 청년들이 지금은 선수 구성도 쉽지 않다”며 “이런 판국에 지역을 살찌우면 됐지, 한가하게 님비(NIMBY: 혐오시설 반대)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옛 청송교도소 명칭을 되살려 ‘청송 브랜드’를 알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청송군도 고민이 없진 않았다. 청정지역이란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산소카페 청송’,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 국립공원 주왕산 등 천혜의 관광자원을 활용하는 지역발전 전략에 과연 교도소 추가 유치가 도움이 될지 확신이 안 섰다. 그러나 작년 말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서울 동부구치소 재소자들을 청송교도소 내 유휴시설에 수용한 뒤 치료하는 과정에서 힌트를 얻었다. ‘청정’과 ‘힐링’의 고장에서 질병 ‘치유와 치료’, 나아가 재소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교정’까지 하나의 이미지로 묶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역 특색이 비슷한 강원 태백과 전북 남원이 여자교도소 유치 경쟁에 뛰어든 배경이기도 하다.
중앙의 무관심…지방만 홀로 몸부림
청송군의 이런 회생 몸부림이 중앙정부 지원, 재정 투입과 큰 관련이 없다는 점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의 지방균형발전 노력이 문재인 정부에서 계승될 것으로 지방에선 기대했으나 현실은 딴판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쯤 지나 ‘왜 지방 얘기는 않느냐’는 지적이 일자 공공기관과 계열 관계에 있는 하청기업, 산하 연구원 등을 추가로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혁신도시 시즌2’ 시늉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1년 시작된 수도권 인구 감소세는 오히려 2017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준호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집행 노력이 없다 보니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힘이 실리지 않았고, 결국 각 지방이 각자도생으로 살길을 찾는 식이 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뤄진 중앙정부의 지역회생 지원도 청년을 지방으로 유인하는 성과엔 이르진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소멸위험도가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경북 의성군의 ‘이웃사촌 시범마을사업’은 2019년 457억원, 작년 249억원에 이어 올해는 356억원이 국비 등에서 지원된다. 하지만 ‘OO사업’ 식으로 이름을 그럴듯하게 붙이고 돈만 지원하는 식으론 목표로 하는 성과관리 자체가 힘들다.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한 인근 지자체는 상대적으로 더 위축되는 풍선효과를 걱정하기도 한다.
지방대 퇴출, 4차 산업혁명이란 변수
지방소멸의 해법이 대학 구조조정이란 숙제까지 함께 풀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 된 점도 위기 요인이다. 지역이 부활하려면 두뇌 역할을 하는 지역 연구시설과 대학, 그와 연관된 산업클러스터의 존재는 필수다. 하지만 지방대 정원 감축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대학 구조조정 또한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 이성로 안동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소도시 한계대학 정리는 지역회생 측면에서 쉽지 않은 과제지만, 70%에 이르는 대학진학률을 낮추는 정책 속에서 지역회생의 묘를 살리는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방소멸 위기감이 비단 농·산촌뿐 아니라 도시지역, 비수도권 대도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작년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서도 도시지역인 시(市) 22개, 자치구 6개가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됐다. ‘한국판 러스트벨트’ 위기감에 휩싸였다가 ‘수소 시티’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창원시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이기헌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국가경쟁력뿐 아니라 지역회생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며 “소도시는 어렵더라도 중소 및 대도시는 자신만의 독특한 신산업을 적어도 하나는 붙잡고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20년 뒤 도시 운명을 뒤바꿀 경쟁의 판이 펼쳐졌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면 복구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회생이란 쉽지 않은 과제 앞에 4차 산업혁명을 기회 요인으로 삼을지는 오로지 지방정부의 역량에 맡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지만 발상을 전환해 앞날을 준비하는 청송군의 노력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농부가 된 이동필 前 장관의 고언
"귀농 아닌 귀촌에 정부 지원 중점을"
2016년 퇴임 직후 경북 의성군 단촌면으로 귀향한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5년째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현역 때 각종 규제 개선에 크게 기여한 그는 지방 소멸을 막는 현실적 대안을 묻는 기자에게 주저없이 귀농(歸農)이 아니라 ‘귀촌(歸村) 활성화’를 꼽았다.

이 전 장관은 “총 46만 명에 달하는 귀농·귀촌자 중 귀농자는 1만5000명에 그치고, 나머지는 모두 귀촌자”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도 정부는 지역회생 정책을 귀농자에게 맞추고, 어떻게 하면 농사를 더 짓게 하느냐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전 장관은 “수도권에 남아 있는 400만 명의 베이비부머가 고향으로 돌아가 다양한 비(非)농업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대표적 유휴자원인 산지와 삼림을 활용해 산지생태축산 등 다양한 소득원으로 삼게 한다면 국토를 고루 쓰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공유지라도 임대해서 그런 소득원을 늘려주라는 조언이다.

지역회생 정책도 뭔가 대단한 걸 내놓으려고 하기보다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을 인구소멸지역, 낙후지역, 지방중소도시에선 감면해주고 다주택자 중과세 적용을 배제해주는 식으로 범정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에 겨우 아파트 한 채 사놨는데, 이걸 팔고 귀촌하려니 양도세 부담 때문에 못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정부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개정해 인구소멸지역에 돈을 더 주겠다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일하는 방식 때문에 돈을 아무리 써도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투입 대비 산출 효과가 크지 않다”고도 했다. 지방과 농촌으로 사람과 돈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지원 제도·대상·수단·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