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정사의 ‘첫 30대 정당 수장’에 오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김종인식 경제민주화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파격 발언을 내놓았다. 한경과의 인터뷰(6월 14일자 A1, 4, 5면 참조)에서 경제관(觀)을 피력하며 던진 또 하나의 묵직한 화두다.

‘경제를 재벌 손아귀에 넘기자는 것이냐’는 말꼬리 잡기식 정치공세를 뻔히 예상하면서도 한국 경제가 당면한 핵심 문제를 비껴가지 않고 경제민주화의 허상을 지적한 ‘용기’에 우선 박수를 보낸다. “분배주체도 국가가 아니라 시장이어야 한다”는 그의 인식은 경제를 조금만 알면 누구나 동의하게 되는 원론적 명제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간 시장중심을 강조하지 않는 기회주의적 처신을 해왔다. 정치적 반대진영이 제시한 ‘내 삶을 보살피는 정부’라는 감성적 슬로건의 파괴력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이 대표의 행보에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김종인식 경제민주화란 헌법 119조2항의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조항에 기초한 경제 과잉규제를 의미한다. 소위 진보진영은 이 조항을 교조적으로 해석해 우리 경제를 자기파괴 수준으로 몰아갔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기업규제 3법이 그렇게 도입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무리한 정책을 견제하기는커녕 ‘여당 2중대’라도 된 듯 사실상 동조했다. 나아가 세계 최강의 중대재해처벌법을 앞장서 발의했고, 지금도 ‘반대’를 유보하는 비겁한 방식으로 거대 여당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밀어붙이기를 방관하는 모습이다.

이런 억지와 왜곡이 축적돼 우리 경제는 고용 참사, 기업 탈출, 성장잠재력 저하의 악순환에 처했다. 재정을 퍼부어 가계소득을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국민소득(GNI)은 2년 연속 뒷걸음질이고, 약자 배려를 내세웠지만 소득·자산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경제민주화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앞세워 효율과 공정을 질식시킨 정치의 후진성과 이중성이 초래한 참혹한 결과다. 다행히 수출기업들의 분투로 반전의 전기가 잡혔지만 정책전환 없이는 우리 경제의 앞날을 낙관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30대에 보수정당의 간판이 됐지만 당 안팎에선 아직 그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비토세력이 적잖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가 소신발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해 한국 정치와 경제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주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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