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알츠하이머 신약 경쟁
올초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배우 윤정희(76)가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방치됐다는 주장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남편이 다름 아닌 피아니스트 백건우이고, 알츠하이머로 고생하는 유명인 얘기였기 때문이다. 마침 영화 ‘더 파더(The Father)’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을 열연한 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노벨상 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 등 알츠하이머로 고생하다 유명을 달리한 인물이 적지 않다.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원인 질병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이 병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제는 아니지만, 그 진행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는 치료제가 처음 개발됐다. 미국 바이오젠 등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이 7일(현지시간)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것이다.

실제 효능도 관심이지만, 엄청난 고가(高價)가 화제다. 1회 주사액이 4312달러(약 480만원)에 달하고, 4주 간격으로 맞으면 한 해 5만6000달러(약 6230만원)가 든다. 하지만 널리 보급될수록 약값이 급격히 낮아진다는 점에서 시장은 크게 환호했다. 뉴욕증시에서 바이오젠 주가는 이날 하루 38% 폭등했다. 그만큼 시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치매 환자로 고민하지 않는 가정이 드물다. 작년 83만 명인 치매 환자는 2050년 300만 명까지 늘 것이란 전망이다. 치매 관리 비용도 2015년 13조원에서 2050년 106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신약 개발 경쟁이 뜨겁다. 아두카누맙처럼 알츠하이머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을 공략하는 치료제로 ‘도나네맙’(미국 일라이릴리)이 임상 2상 중이다. 한국 기업들도 열심히 뛰고 있다. 아리바이오의 ‘AR1001’이 FDA 임상 2상 시험을 끝냈으며, 젬백스앤카엘이 개발 중인 치료 후보물질(GV1001)도 주목받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원래 고령으로 갈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요즘은 젊은 층에서도 치매 증상이 발견된다. 디지털기기 의존도가 높아지는 데 반해 뇌활동이 줄어들어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는 이가 많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영(young)츠하이머’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지나친 건강염려증이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찜찜하다. 디지털 시대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쯤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