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율주행이 가야 할 길
최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올해 완전자율주행(FSD)을 시장에 내놓기는 어려울 것임을 시인했다. 아울러 미국 도로안전교통국(NHTSA)은 테슬라 자동차의 충돌 사고 20여 건에 대한 상세 분석을 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와 리프트는 자율주행 관련 부문을 오로라 및 도요타에 매각했다. 자율주행과 관련한 이런 부정적 뉴스들은 예견된 일로, 완전자율주행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험난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완전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하나는 차량에 장착된 각종 센서를 기반으로 주변 정보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도 및 통신 기능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영역에 대한 정보를 입수·처리하는 것이다. 센서를 이용한 방법은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초음파 센서 등에서 입수된 정보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인식하고 판단해 차량의 각종 제어기능(가속, 제동, 조향 및 현가 등)을 조절하는 것이다. 지도를 통한 통신 방식은 기본적으로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기반으로 경로를 탐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방식에는 근본적인 기술적 이슈가 존재한다.

센서 기반 방식은 카메라를 활용한 영상인식이 토대를 이루고 있는데, 이의 기술적 기반이 인공지능 활용이기에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의 완벽성이 늘 이슈가 된다. 게다가 인공지능이 지니는 근본적 문제, 즉 정합성 보증이 불가하다는 측면은 안전이 최우선인 자동차산업에서는 골칫거리다.

이런 현실적 애로를 마주치다 보니 현재 기술로서 안정적으로 인정되는 기술은 자율주행 5단계 중 2.5단계에 머물고 있다. 2.5단계라 함은 차량 조작에 필요한 운전자의 손과 발은 자유롭게 하되 시선만큼은 완전히 자유롭게 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최근 자율주행 3단계(시선 처리 자유화)를 발표한 일본 혼다 자동차도 제어의 최종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동시에 운전자 모니터링 기능을 완비하고서 만약에 자율주행이 여의치 않은 환경을 인지하면 통제권을 운전자에게 이양하도록 개발됐다. 결국 현재 기술로는 레벨 3이 상한인 것이다.

통신에 의한 자율주행 방식은 내비게이션에 익숙한 방식인데 이는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차량·사물 간(V2X) 통신 기술이 완벽하다면 주변 인프라는 물론 보행자와의 상관관계가 파악되므로 로봇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구현하려면 V2X 통신 기술이 전제돼야 한다.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통신 표준으로 셀룰러 기반 차량·사물 간(C-V2X) 통신을 제정하고, 오는 7월 2일부터 미국 내 전국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C-V2X의 핵심은 사이드링크인데, 이는 차량과 사물 간 직접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그간 V2X 표준은 C-V2X와 함께 단거리 통신(DSRC)을 지향한 웨이브(WAVE)가 병존했지만 미국과 중국이 C-V2X를 단일 표준으로 채택함으로써 빠르게 재편되리라 생각된다. 5세대(5G) 통신의 초연결성을 자율주행과 연계하기 위해서는 범정부적으로 이제 선택을 단행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완전자율주행까지는 기술개발은 물론이고 제반 규제 및 제도를 함께 정비해야 하기에 기대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에 대한 방향성이다. 이는 센서 기반과 통신 기반 방식이 함께 적용돼야 가능한 것이다. 결국 최근 벌어진 완전자율주행에 대한 실망적 기류는 신기술 신사업에 대한 ‘캐즘(chasm·기술대중화의 장벽)’과 같은 현상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자원 재배치가 불가피할 것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이를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 규제 및 표준을 선행적으로 정립해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이를 구현하는 시범사업을 단순화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