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용의 디지털 세상] 암호화폐산업의 본질을 보고 있나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큰 변동과 투기 과열 현상으로 인해 기존 거래소가 폐쇄될 수 있다는 등 정부의 강경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해 젊은 세대가 반발하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고, 암호화폐 관련 토론회와 기사도 넘쳐나고 있다. 일단 정부 입장은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으며 위험한 시장이니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에 화폐 발행은 국가만이 할 수 있는 국가 고유의 권한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일반인도 화폐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사기다, 아니다 여러 시선이 있지만 암호화폐산업은 존재하지 않았던 혁신적 신산업인 것은 틀림없다. 스위스의 작은 주에 불과한 ‘주크’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며 세계적 명소가 된 것도 암호화폐산업 덕분이었다.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은 기존 산업과 충돌하면서 초기에는 여러 문제점을 야기한다. 그러나 역사의 수많은 사례가 증명하듯 이런 갈등과 충돌을 통해 변화는 성숙해지고 사회나 조직은 한 발짝 더 발전한다. 갈등과 충돌을 두려워해 새로운 것을 금지하거나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게 된다. 혁명이란 혼동과 충돌의 현상이고, 이를 먼저 체험하고 극복하는 집단이나 기업이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2030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암호화폐 투자에 더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기존 부동산이나 주식시장 등을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느낀다. 기존 투자시장은 기성세대에 선점당했으며, 적은 투자금으로 진입하기에는 벽이 너무 높은 시장이라고 여긴다. 어릴 적부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것도 한몫한다. 화폐가 디지털 형태로 거래되고 사용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고, 짧은 호흡과 속도감을 즐기는 그들만의 문화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이 더 매력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넘어서 우리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이 그들의 꿈을 펼치고 사업을 하며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선점되지 않은 분야나 산업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한국은 1970~1980년대 제조업 육성 정책을 펼치면서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전자 경제의 근간을 만들었다. 기성세대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산업 발전의 열매를 수확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런 아날로그 산업의 성장이 정체되자 우리 사회의 성장동력이 끊겨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진입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는데 디지털산업 육성을 통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디지털 기업이 출현하게 됐다. 청년들 입장에서 보면 기존 아날로그산업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며, 디지털산업에서 새로운 성장의 가능성을 더 크게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들은 현실세계에서 공장을 짓고 사업하는 것보다 디지털 세상에서 공장도 짓고 새로운 비즈니스도 만들어 가는 것에 익숙하며, 그곳에 새로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세대다. 메타버스, 게임 등 여러 디지털과 관련한 새로운 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열풍과 함께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암호화폐산업이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금융서비스, 디지털 자산거래서비스 등을 디지털 세상에서 만들고 사업을 하고, 이에 투자하는 것이 청년세대의 모습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모두 새롭게 떠오르는 디지털 기술과 산업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고, 문제점이 있다 하더라도 보완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견월망지(見月忘指·달을 볼 때는 손가락을 보지 말라는 뜻)라는 말이 있다.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어 보라는 말이다. 투기 과열, 사기 사건 등 암호화폐에 대한 현상만 보면서 이를 규제할 방안 마련에 골몰하기보다는 청년 세대에게 새로운 기회의 시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정책이 나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