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윤 <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前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
[기고] 한국경제 발전구조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 1%였고, 올해 성장률은 4%대(한국은행 전망)로 예측된다. 작년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감안할 때 그리 낮은 수준은 아니다. 더욱이 수출이 호조를 띠고 있고 경상수지도 적정수준을 유지해 문재인 정권은 그간의 정책이 선방했다고 자평한다. 반면 경제전문가들은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이다. 이 괴리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여러 경제전문가들 견해로는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NP)이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낮다고 할 순 없지만, 이를 막대한 국가부채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다. 현 정권 이전까지는 국가부채가 4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원칙을 지켜왔는데 문 정권에선 이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 물론 코로나 사태라는 돌발변수 영향도 있지만, 문 정권의 경제정책 운영방식에 기인한 바가 더 크다고 하겠다.

2018~2019년의 최저임금 급등 및 근로시간 단축은 많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폐업이나 종업원 해고로 내몰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발생한 상당수 실업자 지원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됐다. 공기업을 중심으로 한 원칙 없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 문을 좁아지게 만들었으며 흑자 구조였던 공기업들은 적자 구조로 전환됐다. 공식적 국가부채 증가에 더해 대규모 공기업 부채까지 발생해 국민 부담을 크게 늘린 셈이다.

이와 같이 그간의 GNP 실현에는 국가부채 증가분이 내포돼 있다. 문 정권은 출범과 함께 시급한 양대 정책과제로 일자리 창출과 출산율 저하 억제를 꼽았다. 각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해왔는데 4년이 지난 시점에서 평가할 때 막대한 경비만 투입되었을 뿐, 실적은 형편없다.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었고 출산율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들 정책과제는 성격상 깊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젊은이들 입장에서 따져보자. 안정된 직장이 있어야 그 경제적 토대 위에서 결혼을 하고, 혼인율이 높아져야 출산율도 따라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젊은이들의 정규직 일자리가 감소하니 이와 연동해 결혼과 출산도 줄어드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중심에 강성노조의 존재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강성노조는 스스로가 문 정권 출범에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고, 따라서 정권이 자신들의 요구를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간 문 정권도 강성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전술한 최저임금 급등 및 노동시간 단축도 강성노조의 실력행사에서 기인한 부분이 클 것이다.

나아가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위원회 구성조차 강성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는 형국이다. 그 결과 강성노조가 있는 대기업 직원들의 임금수준은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수준 비교에서도 일본은 물론이요, 미국과 비교해도 중소기업 대비 대기업 임금수준이 월등히 높다.

국내 중소기업에는 많은 일자리가 있음에도 대졸 취업준비생들로부터 외면받는 실정이다. 강성노조로부터 비롯된 왜곡된 임금 결정구조가 시정되지 않는 한 일자리 창출 및 출산율 상승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정책 당국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국회에서 무수히 쏟아내는 경제입법이다. 기업규제 3법 및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업 현장 실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기업규제 입법들로 기업가들의 투자 및 경영활동을 극도로 위축시켰다. 그 결과 대졸 신입직원 채용이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30~40대의 정규직 일자리까지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입법들과 높은 법인세는 국내 기업들의 도피성 해외 진출을 부추기고, 우수한 노동 인력 활용을 위해 한국에 진출하고 싶어하던 해외 기업도 막는 역효과까지 냈다.

지금은 4차산업 혁명기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반도체, 배터리, 수소에너지 등 새로운 전문인력에 대한 광범위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인력양성 기관인 대학 등 기득권의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 사회적 수요에 걸맞은 양성 체제를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한 분야들의 전문인력 양성시스템이 정비되면 관련 산업 중심으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타다’ 논란에서 목격한 것처럼 신기술이 기득권 산업의 저항에 부딪히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이같은 구조적 모순들은 성격상 일거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모순들이 한국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는 인식을 명확히 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한발씩 접근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가칭 ‘한국경제 모순극복 추진위원회’를 설치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부터 차례대로 끈질기게 해결하는 접근방식을 취할 것을 제안한다. 다소 시간이 걸릴지언정 한국경제의 건전화 및 선진경제가 구현되지 않을까.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