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二重 실리콘실드 전략처럼
한국도 'D램 초격차' 안보에 활용
인력·세제 등 정책적 지원도 절실"

황철성 < 서울대 석좌교수 >
황철성

황철성

컴퓨터나 휴대폰에 들어가는 전자부품인 반도체가 국가의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 될 수 있을까? 현대의 전투기, 미사일 등은 최첨단 전자제품이기도 하고, 미래의 무기체계는 인간보다는 인공지능이 운용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략적인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발표된 미국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NSCAI)의 ‘인공지능 발전 전략 보고서’에 “미국의 핵심 이익에 필수불가결한 반도체 제조의 가장 중요한 기지(대만 TSMC를 의미)가 패권 경쟁국에서 해상 170㎞ 거리에 존재하는 것은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에 대한 심각한 재고를 필요로 한다”는 언급에서 잘 드러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TSMC와 삼성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압박하고 있다. 인텔의 파운드리 분야 진출 선언 역시 전략 안보 자산의 공급망 우려를 불식하고자 하는 미국 정부의 영향이 크다.

이 같은 환경에서 TSMC의 이중 ‘실리콘 실드(silicon-shield·반도체 방패)’에 관한 주장에 주목할 만하다. 즉, 제1 실드는 TSMC의 반도체 칩이 서방 세계 경제뿐 아니라 첨단 무기에도 쓰이고 있으므로, TSMC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서방이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에 기초한다. 제2 실드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TSMC 칩의 중국 내 수급에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한다. 이는 안보의 핵심 요소가 전투기, 첨단 미사일 등이 아니고 첨단 정보기술(IT)산업, 그중에서도 첨단 반도체 칩 생산 기술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한국을 살펴보면 최첨단 D램이 비슷한 기능을 할 가능성이 있다. 시스템 반도체나 플래시 메모리에 비해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최첨단 D램 기술개발 능력 및 양산 경쟁력은 독보적이다. 또 마이크론의 생산기지는 대만, 싱가포르, 일본에 있고 미국 본토에는 연구개발(R&D) 시설만 있다. 그런데 이 최첨단 D램 생산 공장은 휴전선에서 100㎞ 내외 거리에 있는데, 이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북한이 D램 생산시설을 노릴 이유는 없겠지만, 정치적인 목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일 것이다.

따라서 최첨단 D램을 이용한 ‘한국판 실리콘 실드(Korea silicon security shield·K-S3)’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생산 D램의 절반 정도가 중국에 수출된다. 중국은 자체적인 D램 등 메모리 생산을 위한 노력을 국가적으로 경주하고 있으나 미국의 견제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한국의 최첨단 D램이 중국의 인공지능, 군수, 민수 등에 핵심적인 자원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점이 한국의 제1 실리콘 안보 실드로 작용할 수 있다. 서방세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최근에는 첨단 인공지능, 서버 등에서 TSMC나 인텔이 생산하는 첨단 프로세서보다 D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침공에 대비해 한국을 방어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도 중요함을 강조해 제2 실리콘 안보 실드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D램 분야 경쟁력을 확고하게 다지는 것이다. 최근 마이크론의 최첨단 D램 개발 능력이 일부 국내 기업을 앞서기 시작했다. 따라서 정부는 최첨단 D램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인력 양성,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하고, 최신 기술을 적용한 D램 제조기지를 국내에 유지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동시에 최첨단 메모리에 기반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특히 우리 국민은 정부가 특정 대기업의 사업을 도와준다는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미래의 국가 안위가 최신 반도체 기술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