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전직원 절반 무급휴직
구조조정 빠져 법원·채권단 '난색'

김일규 산업부 기자
[취재수첩] '해고자 복직' 정치적 선심에 더 꼬인 쌍용차 회생

“해고자까지 모두 복직시켜주고 이제 와서 절반을 무급휴직하라니 기가 막힙니다.”

법정관리(기업회생) 중인 쌍용자동차가 2일 마련한 자구안에 대한 평택공장 직원의 반응이다. 쌍용차는 이날 평택공장을 시작으로 자구안 설명회를 시작했다. 이 직원은 “불법 파업으로 해고된 직원들과 달리 묵묵히 일한 직원들은 무슨 죄냐”며 울분을 토했다.

쌍용차가 마련한 자구안은 최대 2년간 직원 절반에 대해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1년간 기술직 50%와 사무·관리직 30%에 대해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이후 판매 상황을 고려해 1년 더 유지하는 방안이다. 임금 삭감과 복리후생 중단 기간을 2023년 6월까지 2년 연장하는 내용도 담았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회사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2018년 7월 인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2009년 ‘옥쇄 파업’을 주도해 해고됐다가 복직하지 못한 119명을 복직시켜 달라는 요청이었다.

두 달 만인 2018년 9월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 전원 복직에 합의했다. 해고자들은 2019년 상반기까지 단계적으로 모두 재채용됐다. 하지만 당시 쌍용차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2018년 642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데 이어 2019년엔 손실 규모가 2819억원으로 커졌다. 지난해엔 4493억원의 손실을 내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쌍용차는 자구안에 대해 “뼈를 깎는 고통을 분담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인적 구조조정은 포함하지 않았다.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며 사람을 잘라서 기업을 정상화하는 것은 틀린 얘기”라고 주장했다.

법원과 채권단의 반응은 싸늘하다. 법원은 쌍용차가 인적 구조조정 없이 회생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으로선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것이다. 자구안은 조합원 동의도 얻어야 한다. 쌍용차 노조는 오는 7∼8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쌍용차 노조원 절반 이상이 자구안에 찬성할지는 의문이다. 과반이 반대하면 회생 계획은 더 꼬인다. 이미 법정관리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 제출 기한이 이달 10일에서 30일로 미뤄졌다. 노조와 구조조정에 대한 협상이 선행돼야 하는데 아직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업계에선 정치적 선심이 구조조정을 꼬이게 한 사례로 보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경영 환경에서 기업에 정치권이 ‘감 놔라, 배 놔라’ 한 결과 아니겠느냐.” 쌍용차의 답답한 현실을 지켜본 채권단 관계자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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