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는 것마다 국민피해 안겨도
정책 잘못 '사과 DNA' 없어
극성 지지층은 더 센 폭주 요구

5년간 나랏빚 400조 키우고
'정부 의존형' 국민 늘어날수록
정책 폭망해도 선거는 자신

오형규 논설실장
[오형규 칼럼] 文정부는 '정책 실패' 겁내지 않는다

이제는 분명해졌다. 4·7 재·보궐선거 참패에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집권 세력의 ‘무능, 위선, 내로남불’을 선관위도 공인(?)했건만 바꿀 생각도, 고칠 의지도 없다. 시장과 씨름하고 경제학원론과 싸우던 길을 계속 가겠다는 것이다. 일관성만큼은 인정해줘야 할 듯싶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친노조, 반기업 정책 등도 다 그대로다. 민심 이반에 놀라 재산세만 찔끔 완화할 뿐, 양도세·종부세와 대출규제 완화는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그러면서 가열차게 검찰개혁이란다. 극성 지지층은 ‘180석 몰아줬는데 뭐 하느냐’며 더 센 폭주를 요구한다. 그러니 우국충정으로 ‘정책기조 전환’을 백번 주문해봐야 입만 아프다.

애초에 문재인 정부에는 정책에 관한 한 ‘사과 DNA’가 없다. 대통령이 “부동산은 할 말 없게 됐다”고 한 게 극히 이례적일 뿐, 정책 실패를 인정한 적이 있었던가. 온갖 궤변과 남 탓으로 넘어간다. 악전고투하는 기업들 덕에 경제가 버티고, 외교까지 기대면서도 그게 다 ‘정권 성과’다.

진보좌파 인사 가운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손대는 정책마다 ‘폭망’해 국민에게 피해를 안기고, 진보가치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그중에서도 ‘골수 친노’라는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대통령의 ‘정치적 성공’이 역설적으로 ‘정책적 실패’를 키웠다는 것이다. “지지도가 높으면 정책적 실수에 관대하고 참모들도 해이해져 다 잘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급반등했다. 5년차에 40% 지지율을 구가한 전례가 없다. 다시 ‘조국의 늪’으로 빠져든 여당과 대비된다. “대통령은 1년, 여당은 3년 남았다”던 목소리도 쏙 들어갔다. 레임덕 시기에 대통령과 청와대의 그립이 이토록 센 적이 있었나 싶다.

그럴수록 정책 실패가 도드라진다. 집값은 51주, 전셋값은 100주 연속 오른 게 대표적이다. 6월 1일을 기해 부동산 세금이 다락같이 더 올랐다. 집값을 밀어올리고, 전·월세에 전가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민심’보다 ‘부동산 정치’가 우선이다.

역대 정권들은 정책 실패가 확인되면 자제하고 방향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 정부는 다르다. 정책 실패가 반드시 정치 실패는 아니라는 계산법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차범위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범(汎)좌파 대 범우파로는 박빙이다. 반전 카드는 얼마든지 있다. 백신만 해도 이젠 서로 맞겠다고 판이 바뀌지 않았나.

물론 정책 실패는 필연적으로 대가와 비용이 따른다. 집값, 세금, 실업, 폐업 등으로 국민에게 전가된다. 민심 이반의 원인이 돼 정권의 위기를 초래한 것도 맞다. 집권세력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대학 때부터 대중동원술을 터득한 이들은 대중심리와 민주주의 맹점을 꿰뚫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와 지난 정권들이 애써 쌓은 재정이란 전가의 보도가 있다.

마키아벨리 말대로, 자기에게 해를 끼칠 줄 알았던 자로부터 은혜를 입게 되면 몇 배 더 고마움을 느끼는 존재가 인간이다. 정책 실패로 받은 고통·비용보다 당장 손에 쥘 현찰이 더 커보이는 법이다. 다짜고짜 전 국민 2차 재난지원금을 공식화한 솜씨를 보라. 대통령은 내년까지 확장재정을 공언했다. 인플레 우려가 커지든 말든,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까진 어떤 명분으로라도 현금을 살포할 것이다.

이런 게 나랏빚을 5년간 400조원 이상 늘리고, 고용보험 등 각종 기금적립금을 거덜내고도 눈 하나 까딱 않는 배경이다. 나랏빚은 미래 세대 짐이지만 먼 훗날 n분의 1로 희석될 테니 잘 체감되지 않는다. 재정건전성? 그건 ‘식자(識者)들의 우환’일 뿐이다. ‘홍두사미’라는 경제부총리도 이번엔 말이 없다. 그가 또 교체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실 한국에선 제대로 된 ‘정책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다. 국민 삶을 좌우할 공약집보다 후보 이미지와 바람, 상대의 헛발질에 좌우됐다. 일자리가 막히면서 ‘정부 의존형’ 국민은 갈수록 늘고 있다. 칼자루 쥔 여당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정책에선 폭망해도 대선은 해볼 만하다는 근거다. 최근 야당이 관심 좀 모았다고 ‘다 된 밥’으로 여기면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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