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 업체 탓…못챙긴 건 실수"
'영상 참사' 이틀만에 첫 유감 표명

송영찬 정치부 기자
[취재수첩] 'P4G 평양 영상' 뒤늦게 진상조사한다는 정의용

“우선 이번에 어떻게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경위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1일 P4G 정상회의 개막식 영상에서 서울이 아니라 평양의 위성사진이 나온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문재인 정부가 유치한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 개막 영상에서 참사가 벌어진 지 이틀이 지났지만, 이 행사의 주무 부처 장관이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도 아닌 “필요할 것 같다”고 답한 것이다.

이번 영상 참사는 개최지인 서울을 소개하는 도중 벌어졌다. 개최지를 시작으로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까지 빠르게 ‘줌 아웃’되는 영상의 시작점은 한국 정치의 상징인 여의도도, 정상회의가 개최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도 아니라 평양이었다. 평양 안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15만 명의 북한 주민 앞에서 연설한 ‘5·1 경기장’이 있는 능라도였다.

온라인상에서 “P4G의 P가 평양의 약자냐”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외교부는 다음날에서야 “행사 직전까지 영상의 세부사항을 편집, 수정하는 과정에서 영상 제작사 측 실수로 발생한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외주 업체에 돌렸다. 이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주의를 다하겠다”면서도 외교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말은 없었다. 한국이 개최하는 최초이자 최대의 기후 관련 정상회의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던 정부의 공식 답변이라고는 믿기 힘든 태도다.

‘외교 참사’라는 비판이 정치권과 시민들을 막론하고 들끓었지만 외교 수장의 유감 표명은 이틀이 지나서야 나왔다. 그것도 P4G 정상회의의 성과를 홍보하겠다고 자처한 브리핑에서 “영상을 사전에 확인하지 않은 문제도 있는데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였다.

정 장관은 “우리 준비기획단의 그런 실수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도에서 사실상 적국의 수도 위치를 찍은 것을 ‘실수’ 정도로 치부한 것이다.

정부가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면서까지 홍보에만 열을 올린 이번 P4G 정상회의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기후 분야 정상회의 유치를 통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강화된 기후환경 행동 방안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는 점은 어느 정도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그 성과를 덮은 것은 수백 번도 더 확인했어야 할 사전 제작 영상에 난데없이 등장한 평양이었다. 그럼에도 총괄 책임자인 장관은 국민이 황당한 광경을 마주한 데 대해 사과보다는 성과 홍보에만 치중했다. 각국이 자구 하나를 두고도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외교부가 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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