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과 장미꽃
에드가 게스트


규모가 작든 크든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정원을 갖고 싶다면
허리 굽혀 땅을 파야 한다.

원한다고 해서 그냥 얻어지는 건
이 세상에 없으니,
우리가 원하는 그 어떤 가치 있는 것도
반드시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

그대가 무엇을 추구하든지 간에
그 속에 감춰진 원리를 생각하라.
수확이나 장미꽃을 얻기 위해서는
누구나 끊임없이 흙을 파야만 한다.

* 에드가 게스트(1881~1959) : 미국 시인.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한(漢)나라 때 이광이라는 명장이 있었습니다. 그의 활쏘기 능력은 아주 뛰어났습니다. 어느 날 그가 사냥을 나섰다가 길을 잃었는데, 풀숲에서 커다란 호랑이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깜짝 놀란 그는 온 신경을 집중하고 호랑이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습니다.

그러나 화살에 맞은 호랑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그는 천천히 호랑이에게 다가갔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건 호랑이가 아니라 호랑이 모양을 한 바위였습니다. 믿을 수 없었지만, 그가 쏜 화살은 바위에 박혀 있었지요.

정신을 가다듬은 그는 다시 한번 바위를 향해 화살을 날려 보았습니다. 그런데 화살은 튕겨 나가고 화살대마저 부러져버렸습니다. 그가 집에 돌아와 이 일을 말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쇠붙이나 돌덩이라도 능히 뚫을 수 있다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했던가요. 어느 것이든 거기에 미치지 않으면 최고의 경지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뭘 해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미칠 만큼의 열정으로 해야 결실을 볼 수 있지요.

이왕 해야 할 일이라면 죽기 살기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해내는 일과 최선을 다해 완수하는 것의 결과는 확연히 다르니까요. 몰입해서 일하는 사람은 표정부터 다릅니다. 마음가짐이 다르고 자세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핵심 역량을 한 곳에 집중하면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꿀벌들은 좋은 꿀을 얻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온갖 데를 날아다닙니다. 그러다가 맛있는 꿀을 발견하면 춤을 춰서 동료들에게 그 정보를 알립니다. 아주 좋은 꿀의 출처를 발견한 정찰벌은 몇 시간, 혹은 하루종일 쉬지 않고 춤을 춘다고 합니다.

꿀벌의 날갯짓은 1초에 200번을 넘습니다. 단지 공중에 머물러 있기 위해서만도 이 정도 날갯짓을 합니다. 꿀 1㎏을 모으기 위해서는 지구 한 바퀴 거리를 비행하지요. 꽃에 앉아 꿀을 빨 때도 가만히 있지 않고 뒷다리로 쉴새 없이 꽃가루를 모읍니다.

‘수확과 장미꽃’을 쓴 에드가 게스트는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시인입니다. 시를 쓰면서 신문기자로 활동한 그는 자신의 ‘소망’을 ‘목표’로 바꾸고 쉼 없이 날갯짓을 펼친 끝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국민 시인이 됐습니다.

그의 시처럼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두어들일 곡식이 없습니다. ‘아름다운 정원’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허리 굽혀 땅을 파야’ 합니다. 모두가 많은 것을 소망하지만 단지 ‘바라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지요. ‘소망’이라는 이름의 자전거는 끊임없는 ‘노력’의 페달을 밟아야 굴러가기 때문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혹시, 오늘은 좀 나아지려나…’ 하고 기대를 품었다가 퇴근할 때 ‘역시, 내 복에 무슨…’ 하며 의기소침해 하는 사람은 자전거 바퀴에 공기를 넣지 않고 길을 나선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체인에 기름칠을 했을 리도 없지요. 페달마저 밟지 않고 그냥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주기만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노력’이라는 페달은 ‘생존’과도 직결되지요. 어떤 일을 시도해 보지도 않고 미리 주저앉는 건 생존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직장 상사가 심드렁할 것 같아서, 내가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 할 것 같아서, 지금 맡은 일도 많은데 괜히 시간만 뺏길 것 같아서, 그냥 있어도 때 되면 월급 나오는데 뭘… 이러면서 주저앉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죠.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파밀리아 대성당을 설계한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는 “즉흥곡은 결코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영감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 끝에 얻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마크 트웨인도 젊은 시절 고생하며 걸어서 여행할 때 “여관으로 가는 여정이 여관에서 잠자는 것보다 더 기쁘고 보람 있다”고 했습니다. 아름다운 정원과 장미꽃을 얻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땅을 파야 하는 원리 또한 이런 이치와 닮았지요.

■ 고두현 시인·한국경제 논설위원 :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등 출간.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