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호 논설위원
[장규호의 논점과 관점] 편의주의로 흐르는 K방역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500~600명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아차’ 했다가는 다시 700~800명대로 불어날 위험성이 충분하다. 코로나 백신 접종률도 아직 7%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 방역 피로감은 누적될 대로 누적됐고, 경계심은 그에 비례해 옅어지는 게 현실이다. 음식점 등이 문을 닫는 밤 10시가 넘으면 한강변과 호텔, 사무실, 심지어 대학캠퍼스로 몰려드는 이른바 ‘2차족’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아슬아슬 하기만 하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치료시설에는 여유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감염병 전담병원 가동률 39.8%, 준·중환자 병상 가동률 43.9%라고 한다. 수도권에서만 각각 2291개, 141개 병상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감염 확산세가 다시 빨라지더라도 치료와 대응 체계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는 듯하다. 작년 12월 대유행 때 병상 부족으로 전담병원 입원을 기다리던 확진자가 집에서 사망한 사건이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생활치료센터는 미봉책일 뿐
그러나 이런 병상 수 관리 중심의 코로나 환자 치료 체계가 얼마나 높은 대응력을 가졌는지는 의문이다. 주변 전언에 따르면 처음엔 가벼운 증상의 확진자가 ‘생활치료센터’에서 나흘 이상 오한과 발열로 고생하다가 뒤늦게 ‘코로나 전담병원’(음압병동)으로 이송돼 폐렴 진단을 받은 사례도 있다. 거꾸로 기저질환 하나 없는 30대 환자는 코로나 전담병원에 배정됐다가 열흘간 별다른 처방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지낸 뒤 퇴원했다는 얘기도 있다. 위중·중증과 경증 환자를 나눠 각각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 분산 배치하는 치료 체계가 잘 작동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례다.

생활치료센터는 환자가 체온·혈압 측정을 하게 하고, 해열제와 감기약 만 제공한다. 어떻게 투약하라는 처방전도 없이 식사시간에 도시락과 함께 보내진 약도 있다고 한다. X레이 촬영은 하지만, 판독할 의사가 없어 관할 병원을 통해 결과를 확인하는 데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 더 걸린다. 치료센터란 말이 무색하다. 그저 ‘격리시설’일 뿐이고, 환자 혼자 알아서 이겨내야 하는 곳이다. ‘중증환자 병상 수 확보’라는 목표만 앞세워 언제 악화할지 모르는 코로나 환자를 생활치료시설에 사실상 ‘방치’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땜질처방서 '방역불신' 싹터
한국의 코로나 환자 치료부터 방역 전반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백신 부작용 우려가 한창일 때 정부는 ‘접종 이익이 위험을 능가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불안감을 줄이고 접종 동참을 호소해도 모자랄 판에 마치 국책사업의 비용편익분석 발표하듯 대응한 것이다. 백신 확보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접종 상황을 살펴봐가며 가격 바가지 피해가 없도록 속도조절했다는 설명에서도 예산의 효율성만 부각시켰다.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감염 공포와 사회 불안 해소가 관건인데, 그런 노력은 좀체 찾아볼 수 없다.

정부가 원했던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는 이미 물 건너갔다. 백신 생산의 아시아 허브가 될 수도 있겠지만, 국내 접종 물량 확보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지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 방역 인내심은 바닥까지 내려왔다. 더 큰 위기를 맞기 전에 코로나 치료 및 방역 현장에서 숫자에 가려진 대응 체계 문제를 확인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제대로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편의적인 땜질식 처방에서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방역 불신’이 다시 불거지지 않게 하고,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최종 승리하려면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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