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급등에 따라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탈락해 오는 11월부터 건보료를 내야 하는 사람이 5만 명이 넘을 것이란 분석이다. 작년보다 2배가 늘었다. 자녀 직장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였다가 아파트 공시가격이 올라 건보료 부과 재산기준을 넘어선 은퇴자들이 급증한 것이다. 변변한 소득이 없는데 사는 집 한 채 값이 올랐다고 보유세 부담에다 연간 수백만원의 건보료 부담까지 지게 됐으니 그야말로 ‘이중 폭탄’을 맞은 셈이다.

국내 건강보험 체계는 직장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부모, 자녀 등 직계가족 중 소득 및 재산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이들에겐 건보료를 면제하는 피부양자 자격을 준다. 피부양자 자격엔 소득기준과 재산기준이 있다. 국세청 종합과세소득과 공적연금기관의 연금소득을 합쳐 연소득 3400만원이 넘으면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또 재산과표(공시가격의 약 60%)가 9억원을 넘거나, 재산과표가 5억4000만원을 넘으면서 연소득 1000만원 이상이어도 지역건보료를 내야 한다. 과표가 5억4000만원이면 대략 공시가격으론 9억원, 시세로는 13억원가량 된다.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1억원을 넘어 웬만한 집에 살고 있는 은퇴자는 다 해당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배기량 1600cc 이상이거나 4000만원이 넘는 자동차를 보유해도 지역건보료 산정에 반영된다.

실제 추정사례를 보면 어떤 수준인지 실감 난다. 서울 중계동 동진신안아파트(134㎡) 한 채와 2017년식 쏘나타를 보유하고, 국민연금을 연간 1000만원 받는 은퇴자라면 연 289만원의 건보료를 새로 내야 한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진 것(86만원)과 합하면 연금소득의 3분의 1 이상(375만원)을 추가로 세금과 건보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갑작스런 부담 증가를 의식해 집값이 올라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할 경우 내년 6월까지 건보료 납부액을 50% 감면해줄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봉책일 뿐이다. 은퇴자들은 평생 소득(월급) 기준으로 직장 건보료를 내왔는데, 회사를 그만두니 이번엔 소득 아닌 재산(집)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내라는 게 맞느냐고 항변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폭등했는데, 왜 가만히 있는 국민에게 징벌적 수준의 세금과 건보료 부담을 안기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7월 건보료 부과 체계를 추가로 개편할 예정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불합리한 점을 살펴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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