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달 말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검토 가능성이 처음으로 언급됐다. 그제 공개된 FOMC 의사록을 보면 “경제가 정책목표를 향해 계속 빠르게 진전될 경우 어느 순간엔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계획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일부 참석자들이 밝혔다”고 적시했다.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이 거론된 것은 작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직후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낮추고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결정한 후 처음이다. 아직 다수는 테이퍼링 언급의 배경이 된 물가급등에 대해 일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공식 회의에서 검토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긴축이 한발짝 더 다가왔다고 봐야 한다.

미국은 백신 접종률(1차 기준)이 50%에 육박하고, 올해 8% 성장 전망이 나올 정도로 경제회복이 빨라지면서 인플레 우려도 커졌다. 속속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보복 소비’ 움직임도 뚜렷하다. 고용 회복은 실업수당 지급 등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더디다지만, 외식·유통업체들은 구인난까지 겪고 있다. 이달 초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리를 다소 인상해야 할지 모른다”고 언급하는 등 미국의 조기 긴축 신호는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4월 소비자물가가 4.2% 급등해 긴축 시점이 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한층 늘었다.

미국이 돈줄을 조이겠다는 신호를 내비칠 때마다 글로벌 자산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위험자산에서 고수익을 누리던 자금들이 안전자산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당장 의사록이 공개된 후 최고치를 이어가던 구리 가격은 4% 이상 떨어졌고, 국제원유(WTI)는 장중 5.4% 급락했다. 주가도 하락한 반면 금값만 올랐다. 최근 암호화폐가 폭락한 것도 중국의 과열 경고 등이 직접 원인이지만, 기본적으론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대한 경계감이 깔려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도 지난달 말 주요국 중 처음으로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긴축을 하더라도 세계경제 충격을 고려해 ‘풍선 바람 빼듯’ 서서히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말했듯이, 테이퍼링에 들어간 훨씬 뒤에 이뤄질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국내 자산시장과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미리 살피고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가계의 부채 증가속도가 가파른 점은 특히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