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이 고갈 위기에 처하면서 구멍이 숭숭 뚫린 실업급여 제도가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정부가 실업급여를 반복해 받으면 수급액을 최대 절반으로 줄이고, 실직 신고 후 실업급여 개시 기간을 현행 1주에서 최장 4주로 늘리는 임시처방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런 조정으로 문제가 해소될지 미지수지만, 일단 메스를 댄다는 점에서 다행한 일이다. 그만큼 ‘취업-실업-취업-실업’을 반복하며 실업급여를 타려는 ‘메뚜기 실직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직전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이 작년 9만4000명으로 2017년 대비 22% 늘었고, 지급액(작년 4800억원)은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이들에게 실업급여는 이미 ‘눈먼 돈’이다. 인터넷 포털에는 수급요건을 맞춘 뒤, 고용주에게 해고를 요청(비자발적 실업 입증)했다는 경험담이 부지기수다.

이렇게 편법이 난무하는 현실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2019년 실업급여 보장성을 강화한다며 지급액과 기간을 대책없이 늘려놓은 게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수급기간을 종전 3~8개월에서 4~9개월로 늘리고, 지급액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높였다. 이러다 보니 하루 실업급여 하한액이 6만원을 넘어, 최저임금(월 179만원)보다 실업급여(월 181만원)가 더 많아졌을 정도다.

고용보험기금의 건전성을 유지하기보다 퍼주기와 선심을 앞세운 정책으로 인해 2017년 말 10조원 넘던 기금 적립금은 작년에 거의 바닥났다. 육아휴직 급여 등 모성보호 관련 예산(1조5000억원 규모)을 고용보험에서 끌어다 쓰는 식의 방만한 운영은 물론, 코로나 위기를 넘는다며 ‘단기 알바’ 위주 재정일자리를 크게 늘린 정책도 문제를 악화시켰다. 이를 고용보험료율 인상이란 대증요법으로 막으려 하니, 기업과 임금 근로자의 부담만 키운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미 ‘실업급여 중독자’가 나오듯, ‘영국병(病)’으로 불리는 복지병이 한국에서 만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몰래 일하는 독일 실업보험의 허점도 남의 얘기만이 아니다. 선진국에서 경험한 모럴해저드를 반면교사 삼아, ‘수입 내 지출’이라는 원칙 아래 기금 건전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해마다 보험료가 눈덩이인 건강보험기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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