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거대 면세지역으로 변신 중인 中 하이난다오
홍콩에서 남서쪽으로 약 600㎞ 떨어진 중국 광둥성 남쪽 끝자락 레이저우(雷州)반도. 원래 이곳은 조롱박 모양의 육지였는데 약 200만~30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인한 지각 변동으로 아래쪽이 육지와 분리되면서 큰 섬이 생겨났다. 이 섬은 당나라 시기 해상교통 요지로 대외교역이 발달하기 시작해 송나라 때 해상 실크로드의 거점 지역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이난다오(海南島) 이야기다.

하이난다오는 1988년 4월 제7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광둥성에서 분리, 중국의 22번째 성으로 격상됐다. 주하이, 선전, 샤먼, 산터우에 이어 다섯 번째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중국판 다보스 포럼이라고 불리는 보아오 포럼이 열리는 곳도 이곳이다. 그러나 하이난다오는 ‘동양의 하와이’란 별칭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경제특구보다는 관광지로 더 유명한 것이다.

그런 하이난다오가 지난해 일대 변곡점을 맞았다. 중국 정부가 2020년 6월 발표한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종합 방안’이 그 분수령이다. 하이난을 홍콩을 능가하는 면세지역이자 자유무역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계획하고 지시한 프로젝트다. 주요 내용은 하이난다오를 ‘세관 특수관리감독구역’으로 지정하고, 섬 전체를 중국 본토와 분리된 외국으로 간주해 수입품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것이다. 섬 전체가 거대한 독립된 면세 지역이 되는 셈이다.

만약 하이난에서 중국 본토로 유통할 경우 수입으로 간주해 통관 절차를 거쳐 해당 관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하이난에서 가공된 상품의 부가가치가 30% 이상일 경우에는 관세가 면제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땅콩, 아몬드, 호두로 구성된 견과류 믹스 식품을 중국 본토로 수출할 때는 해당 수입 관세를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각각의 견과류를 분리해 하이난에 수출한다면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고, 하이난에서 이를 믹스한 뒤 재포장해 본토로 판매할 때도 무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2025년까지 기업 자체사용 생산설비, 생산가공 수출용 원부자재, 소비재 등 지정된 품목에 한해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그 이후부터는 ‘네거티브리스트’ 제도를 시행해 대부분 품목에 영세율을 적용한다. 특히 평균 수입관세율이 높은 소비재 분야에 부여되는 세금 우대 조치는 우리 수출 기업의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콩과 비교해 하이난이 가진 차별성과 경쟁력은 홍콩식 자유무역항의 특징인 중계·가공무역에만 방점을 두지 않고 관광 의료 무역 등 서비스 산업과 하이테크 제조업이 어우러진 중국 특색의 자유무역항을 건설하는 데 있다. 그중에서도 의료·미용, 온라인게임, 문화 콘텐츠, 교육 등 분야에서 큰 폭의 개방 조치가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투자에서도 2025년까지 143개 장려 업종에, 그 후 제한·금지 업종 외 전 분야에 걸쳐 기업소득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해 적용한다. 개인소득세율 역시 최대 45%에서 15%로 낮춰주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놨다.

관광지로서 ‘동양의 하와이’라는 이름은 잊어달라는 기세로 맹렬히 변화하는 하이난다오의 모습에서 홍콩을 능가하는 거대 자유무역항 탄생의 예고편을 보는 듯하다. 과거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와 비견될 정도로 중국 개혁개방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하이난다오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이난다오의 경쟁력과 정책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한발 앞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진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