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같은
자산 거품 붕괴 우려

신흥국에서는 벌써
외국인 자금 이탈 시작

인플레이션 안정과
자산시장 연착륙 필요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韓 경제, 인플레發 '나선형 복합위기'에 빠지나

“We are almost there.” 지난 3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의 이 한마디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긴 터널이 끝나가고 있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세계 경제가 ‘애프터 쇼크’ 문제로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르고 있다. 2006년 위더머 형제와 신시 스피처가 공동 출간한 《미국의 버블 경제》에서 처음 언급된 애프터 쇼크는 ‘숙취’ 현상으로 부르기도 한다.

위기 발생 3년 차에 애프터 쇼크가 나타난 1990년대 이후 위기와 달리 1년 만에 애프터 쇼크가 발생하는 것은 코로나 사태가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된 종전의 위기와 달리 코로나19에서는 백신만 보급되면 세계 경제가 빠르게 ‘연계’ 체제로 회복되면서 풀린 돈은 회수되지 못한 채 성장률이 갑자기 높아진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韓 경제, 인플레發 '나선형 복합위기'에 빠지나

팬데믹 종료 시사 발언 2개월 만에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국제 금리가 올라가는 추세다. 더 우려되는 것은 위기 때마다 취약한 신흥국이 ‘2008년식 나선형 복합위기(인플레→금리 인상→자산가격 급락→마진콜→디레버리지→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12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을 되짚어 보면 9·11테러 사태 이후 자산시장을 감안하지 않은 통화정책 방식인 ‘그린스펀 독트린’으로 2004년 상반기까지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자산가격이 오르고 이에 따른 ‘부(富)의 효과’와 초저금리 효과가 겹치면서 실물경기가 빠르게 회복됐다.

그 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으나 이미 형성된 저금리와 자산가격 간 악순환 나선형 고리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면서 자산시장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실물경기도 실제 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훨씬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누적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때 자산 거품 붕괴의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국제유가였다. 2008년 초 배럴당 70달러대였던 유가가 불과 6개월 사이에 140달러대로 치솟자 인플레 우려가 확산됐고, 자산가격 급락으로 마진콜(증거금 부족현상)에 걸린 리먼브러더스 등 투자은행은 디레버리지(자산 회수)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됐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금융위기 전후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최근과 같은 상황이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될 것인가, 아니면 ‘위기 축소형’으로 수렴될 것인가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하나는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금액)이 얼마나 높으냐고, 다른 하나는 투자 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다. 이 두 지표가 높을수록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된다.

2008년 당시 인플레 부담으로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된 것은 위기 주범이었던 미국 금융회사들의 두 가지 지표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신흥국은 두 지표 모두 낮은 편이다. 최악의 경우 인플레 부담으로 자산가격이 폭락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인플레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신흥국에서 앞으로 자산가격이 급락해 위기가 발생하면 그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신흥국에서는 벌써부터 외국 자금의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의 경우 지난 한 달 동안 증시에서 이탈된 외국인 자금이 10조원에 달한다.

외국 자금의 엑소더스에 대한 대응 방안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사전적 대응 방안으로 외국 자금 유출입 규제와 내부역량 강화 방안으로 외환보유액 확충 등이다. 각각의 대응 방안에 대한 실효성을 검토해 보면 외국 자금 유출입 규제는 기대한 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풍족하다.

하지만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인플레 우려가 자산 거품 붕괴로 이어져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그 충격은 자국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것이 금융위기 때와 다른 점이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추진될 자산 거품 방지와 인플레 대비책은 자국 국민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러 대책이 있을 수 있겠으나 신흥국 자산가격 급등이 선진국의 저금리와 양적 완화에 기인하고, 인플레가 수요와 공급 양측에서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은 가능한 한 자제해야 한다. 그 대신 임금 인상 억제 등 각종 가격 통제와 가계부채 축소 등을 통해 인플레 안정과 자산시장 연착륙을 도모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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