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2% 급등해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쓰나미’가 다가온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2%는 약 13년 만의 최고치다. 비교 시점인 작년 4월이 코로나가 본격 확산되던 시기여서 기저효과도 있겠지만, 시장 예상치(3.6%)를 훨씬 웃돌았다.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에 각국 증시가 기술주 중심으로 충격을 받았다.

글로벌 인플레 경고등은 이미 올초부터 깜빡이기 시작했다. 각국이 코로나 대응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고, 미국 유럽 등의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경기 반등이 가시화했기 때문이다. 공급망 회복보다 수요가 더 빨리 늘면서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값은 연일 최고치고, 식료품값 해상운임료 서비스요금 등 오르지 않는 게 없다. 중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가 6.8% 급등했고, 한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3%로 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자산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주요국 대도시 집값은 1년 새 10% 이상 올랐다. 암호화폐 시장으로의 쏠림도 불어난 유동성 영향이 크다.

각국이 푼 돈의 규모를 보면 물가가 안 오르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총통화(M2)가 25% 급증했다. 유로존과 일본 중국도 일제히 9~11% 늘었다. 경기부양에 이미 2조달러를 푼 미국은 또다시 6조달러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부양책을 준비 중이다. 이렇다 보니 인플레 우려를 일축해온 미국 정부도 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이달 초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리를 다소 인상해야 할지 모른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경험했듯이, 미국이 긴축 신호만 보내도 글로벌 자금은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 미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한다. 이럴 때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국들은 더 큰 타격을 입는다. 게다가 금리가 오르면 모든 경제주체의 빚 부담이 커진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무디스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가계부채도 ‘영끌과 빚투’ 탓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경제 흐름은 한순간에 뒤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변곡점에 가까워질수록 ‘위험 신호’가 잦아진다. 최근 자산시장 거품과 인플레 우려가 부쩍 늘어난 것은 코로나 이후 세계적인 ‘유동성 파티’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경고로 봐야 할 것이다. 이젠 파티 후유증에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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