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적격 드러난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민심 역행이다
여야 협상에 따라 한두 명 낙마할 수도 있지만, 문 대통령이 그제 취임 4주년 회견에서 한 발언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문 대통령은 “능력은 제쳐두고 흠결만 따지는 무안주기식 청문회로는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며 “청와대 검증이 완전할 수 없지만 야당이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흠결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의 의혹은 누가 보더라도 사소한 수준이 아니다. 임 후보자는 해외 출장에 가족을 동반해 공사 구별을 못 했고, 제자 논문에 남편을 10여 차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려 ‘논문 내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박 후보자는 부인이 외교관 이삿짐을 통해 수천만원어치 영국산 도자기를 대량 반입해 팔아 ‘밀수 논란’을 일으켰다. 보통사람은 엄두도 못 낼 일들이다. 고위공직자로서 최소한의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부적격 후보들을 내세워 놓고, 검증 부실은 회피한 채 청문회 탓만 하는 것은 본말전도가 아닐 수 없다.
여당의 행태도 문제다. 지도부가 재·보궐선거 민심을 의식해 청와대에 1~2명 낙마를 건의할 것이란 얘기가 돌더니 대통령의 후보자 두둔 발언이 나오자 쑥 들어갔다. 적격·부적격 결론을 내지 않은 채 공을 청와대로 떠넘겼다. 송영길 대표가 강조하는 책임 정당의 모습은 어디 가고 ‘거수기’만 남은 꼴이다.
문 대통령은 인재 발탁을 위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2000년 도입된 청문회 제도가 과도한 신상털기식 등 부작용이 제기돼 왔기에 개선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의 인사 실패는 청문회 이전에 부실 검증, 진영논리에 갇힌 ‘코드 인사’ 탓이 크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급 인사 29명을 일방 임명하면서 청문회 자체를 유명무실로 만든 게 현 정부다. 대통령의 청문회 제도 개선 요구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제도를 탓하기 전에 부적격 후보자들의 지명 철회부터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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