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부적격 논란이 이는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오는 14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요청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온갖 의혹에도 불구하고 지명을 철회할 뜻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 후보자 지명이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 드러난 마당에 임명 강행은 민심을 거스르는 ‘오기 정치’가 아닐 수 없다.

여야 협상에 따라 한두 명 낙마할 수도 있지만, 문 대통령이 그제 취임 4주년 회견에서 한 발언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문 대통령은 “능력은 제쳐두고 흠결만 따지는 무안주기식 청문회로는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며 “청와대 검증이 완전할 수 없지만 야당이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흠결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의 의혹은 누가 보더라도 사소한 수준이 아니다. 임 후보자는 해외 출장에 가족을 동반해 공사 구별을 못 했고, 제자 논문에 남편을 10여 차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려 ‘논문 내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박 후보자는 부인이 외교관 이삿짐을 통해 수천만원어치 영국산 도자기를 대량 반입해 팔아 ‘밀수 논란’을 일으켰다. 보통사람은 엄두도 못 낼 일들이다. 고위공직자로서 최소한의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부적격 후보들을 내세워 놓고, 검증 부실은 회피한 채 청문회 탓만 하는 것은 본말전도가 아닐 수 없다.

여당의 행태도 문제다. 지도부가 재·보궐선거 민심을 의식해 청와대에 1~2명 낙마를 건의할 것이란 얘기가 돌더니 대통령의 후보자 두둔 발언이 나오자 쑥 들어갔다. 적격·부적격 결론을 내지 않은 채 공을 청와대로 떠넘겼다. 송영길 대표가 강조하는 책임 정당의 모습은 어디 가고 ‘거수기’만 남은 꼴이다.

문 대통령은 인재 발탁을 위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2000년 도입된 청문회 제도가 과도한 신상털기식 등 부작용이 제기돼 왔기에 개선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의 인사 실패는 청문회 이전에 부실 검증, 진영논리에 갇힌 ‘코드 인사’ 탓이 크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급 인사 29명을 일방 임명하면서 청문회 자체를 유명무실로 만든 게 현 정부다. 대통령의 청문회 제도 개선 요구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제도를 탓하기 전에 부적격 후보자들의 지명 철회부터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