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저임금(달러환산 구매력 기준)이 아시아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높다는 조사결과는 기업경쟁력 측면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아시아 18개국 중 제조업 비중이 낮은 호주 뉴질랜드를 제외하면 한국 최저임금 수준이 가장 높았다. 특히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3배, 1인당 국민소득이 1.3배인 일본보다 높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아시아 국가들과의 비교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지만, 실질적인 경쟁 상대가 일본 대만 중국 등 제조업 중심 국가들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한 비교다.

지난 5년간 한국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9.2%로 아시아 18개국 중 가장 높았다. 일본(2.9%), 대만(4.4%)에 견줘도 2~3배 높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기 위해 2018년(16.4%)과 2019년(10.9%) 연속 무리하게 가속페달을 밟은 탓이다. 부작용이 커지자 작년(2.87%)과 올해(1.5%) 속도조절을 했지만, 노동계에선 여전히 ‘시급 1만원(현재 8720원)’ 주장이 나온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와 무관하게 주로 정치에 휘둘려, 물가나 생산성 개선폭보다 최저임금이 훨씬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실질 최저임금 상승률과 노동생산성 증가율 간 격차는 3.3%포인트로, 일본(0.5%포인트), 대만(1.6%포인트)보다 2배 이상 높은 이유다.

최저임금이 급등하면 저소득 근로자들의 소득개선 효과보다 일자리 상실 역효과가 더 큰 게 현실이다. 게다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까지 덩달아 임금이 올라간다. 노동약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 정책의 역설이다. 경총에 따르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수가 지난해 역대 두 번째 규모인 319만 명(미만율 15.6%)에 달했다. 이미 사업주들이 지키기도 힘든 수준이란 얘기다.

생산성 향상에 비례해 임금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인건비 부담만 급격히 늘리면 기업은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들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취약계층이 더 큰 타격을 입는다. 코로나 충격 속에 일자리가 위태로운 노동약자들을 생각한다면 일본보다 높아진 최저임금을 더 올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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