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 첫 재판이 어제야 비로소 열렸다. 검찰이 기소한 지 16개월 만이다. 이 사건에는 송철호 울산시장과 청와대 고위급 참모 등 총 15명의 전·현직 공직자가 피의자로 올라 있다. 진작부터 국민적 관심사였던 만큼 혐의가 분명하다면 그에 따른 사법적 단죄가 있었어야 했다. 혹여라도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거나 무혐의자까지 기소됐다면 법원이 진실을 밝혀 명예를 회복시켜 줬어야 했다.

그런데도 법원은 온갖 핑계를 대며 재판 자체를 미뤄왔다. 최종 판결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렇게 지연된 것만으로도 사법부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 사건은 특히 송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데다, 정무수석·민정비서관·반부패비서관 등 청와대 핵심 참모가 대거 연루돼 있다. 지금은 여당 국회의원인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과 지역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균형발전비서관실 행정관까지 포함돼 있다.

이런 사건을 ‘김명수 사법부’는 그간 한 차례 공판도 열지 않았다. 지난달 겨우 공판 날짜가 정해지자 이번에는 담당 판사가 갑자기 휴직해 버렸다. 그러는 사이 다음 시장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대로라면 송 시장은 의혹 속에서도 임기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신속히 진행돼야 할 선거 재판이 비상식적으로 한껏 늦춰졌으니 ‘방탄 법원’이란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그간 칼춤 추듯 했던 법무장관 주도의 수사 검찰 및 검찰총장에 대한 간섭·압력과 징계는 국민이 봐온 그대로다.

사법부는 국가 최고 심판이다. 선거에서 온갖 시비·논란도 결국 법원 판단을 받는다. 이런 법원이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강한 의심을 받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주변 특정성향 판사가 법원을 장악했다”는 비판이 커지는 것부터가 정상이 아니다. 법원이 ‘사(私)조직’ 논란에 휩싸이고, 법관이 ‘법복 입은 정치꾼’이라는 비난이나 들으면 국가적 재앙이다. ‘사법불신’이란 말이 왜 나오는지 판사들 스스로 돌아볼 때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지만, 지체된 정의라도 제대로 세워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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