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택 청약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무주택 기간, 납입 횟수, 부양가족 수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당첨이 가능한 현행 제도를 손질해 가점쌓기에 불리한 30~40대 맞벌이 세대도 당첨이 가능하도록 추첨제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청년 및 1인 가구에 대한 특별공급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어 청약제도 개편에 국민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새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1주택자의 과중한 보유세 부담,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 등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당내 부동산특위위원장을 세제 완화를 주장하는 김진표 의원으로 교체한 게 전부다. 시장에선 민간공급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기조 변화와 실수요자의 세부담 완화까지 기대하고 있지만 여태껏 당론으로 정해진 건 없다.

이런 와중에 불쑥 ‘청약제도 개편’ 논의가 나오니 뜬금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내집 장만 기회를 놓친 젊은 부부들의 불만이 선거 참패 원인이란 시각에서 청약제도 개편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젊은 세대들이 집을 꼭 가져야겠다는 (부분에 대해선) 같이 가면서…”라고 언급한 것도 그런 심증을 갖게 한다.

하지만 집값 안정의 관건이 공급 확대라는 점에서 과연 지금이 청약제도 개편이란 ‘미세 조정’에 집중할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시장에선 주택공급 부족이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정부는 올해 민간·공공 분양물량이 50만 가구라고 하지만, 서울 등 선호지역으로 좁혀 보면 결코 충분치 않다. 공공주도를 고집하더라도 수익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 민간의 공급 확대를 적극 유도하는 정책이 더 시급한 때다.

주택 청약제도는 어차피 정해진 공급분을 다수의 수요자가 나눠 갖는 ‘제로섬 게임’일 수밖에 없다. 30~40대의 당첨기회를 늘리려면 오랜 기간 기다려온 무주택 중장년층의 물량을 그만큼 가져와야 해, 제도의 안정성·일관성·예측가능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4년 전 청약제도 개편(8·2 대책) 때 늘어난 가점제 물량(투기과열지구 민영주택 85㎡ 이하 75%→100%)으로 무주택 40~50대가 내집마련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제도 개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 가능했다. 획기적 공급 확대 없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수준이라면 전형적인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정책으로 두고두고 비판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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