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은행의 올해 신규 채용(채용예정 포함) 인원이 3년 전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한경 보도(5월 7일자 A1, 5면)는 ‘청년 일자리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 새삼 확인시켜 준다. 대다수 시중은행은 작년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이익을 내 반도체 다음으로 호황을 구가 중이다. 그런데도 은행권 채용이 급감한 건 청년 취업절벽이 불황이나 코로나 충격 차원을 넘어 우리 경제에 누적된 구조적 문제의 종합 결과임을 시사한다.

그런 구조적 문제의 맨 앞자리에 ‘호봉제 사수’를 내건 은행권 노조들이 있다. 고용시장의 거대한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 사수 투쟁을 앞세운 노조의 존재는, 체감률로는 70%를 오르내린다는 청년실업 사태의 주범이나 다름없다. 나아가 고용시장의 미스매치, 즉 인력 수요와 공급 간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디지털 업무 환경에 발맞춰 점포수를 줄이고 직원을 재배치하는 경영판단조차 일일이 노사합의를 거쳐야 하니 신규 채용이 늘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또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는 상황에도 요지부동인 연공서열제는 성과 보상이 필수인 디지털 핵심인재 채용을 가로막는다. 은행들은 일단 계약직으로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편법으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계약만료 후 무기계약직 전환에도 결국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해 필연적으로 일자리 감소를 부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신입 채용 시 필기시험 의무화’ 등 모범규준을 강제한 것도 적시에 인재를 뽑는 일을 어렵게 한다.

취업선호도 최상위에 있는 은행권의 채용 가뭄은 한편으론 고등교육 부실화의 뚜렷한 방증이다. ‘전통 은행원’ 채용수요가 줄고 프로그램 개발자, 인공지능(AI)·빅데이터 전문가 등의 수요는 늘었지만 뽑고 싶어도 적격자가 없다는 게 은행들의 하소연이다. 디지털 인력의 수시채용을 진행 중인 신한은행의 올 채용인원이 ‘0명’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산업현장의 아우성이 높아가지만 정작 이를 깊이 고민하고 풀어야 할 교육당국은 변죽만 울리고 있다. 교육부 장관은 그제 국회에 나와 존폐 기로의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수도권대학 정원 감축을 구상 중이라고 답변했다. 현장에선 ‘뽑을 인재가 없다’며 조속한 대책을 촉구하는데 뒤늦게 단순한 논리로 대학정원 문제를 접근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대통령이 ‘특단의 청년대책’을 주문했지만 이런 ‘노동 적폐, 교육 적폐’가 존재하는 한 그 어떤 대책도 땜질용 미봉책일 뿐이다.